중국 민원인 수 백명, 춘제에 흑감옥 탈출ㆍ시위

RFA "기아ㆍ갈증ㆍ추위ㆍ구타 등 부당한 대우에 항의"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ㆍ설)인 지난달 31일 수도 베이징(北京)의 사설 감금시설인 흑(黑)감옥에서 '상팡런(上訪人·상경 민원인)' 수백명이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며 탈출해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FRA)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600∼700여명으로 추정되는 민원인들은 이날 흑감옥인 마자로우(馬家樓)에 불법 감금돼 있다 배고픔과 갈증, 추위 그리고 구타 등에 분노해 집단으로 탈옥했다.

이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 새해 인사를 드린다'고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국제노동가인 '국제가'를 부르면 시위를 벌였다.

경찰 20여명과 보안 관계자 10여명이 시위 현장에 출동해 이들에게 마자로우로 되돌아가라고 설득했으나 성난 민원들은 이를 거부했다고 RFA는 전했다.

이날 시위로 일대 도로의 교통이 수 시간 마비됐으며, 경찰의 강제 진압 여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쓰촨(四川) 청두(成都) 출신의 민원인 왕옌(王燕)은 이날 RFA에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할 춘제에 민원을 하다 불법 감금된 것도 억울한데, 흑감옥 측은 마실 물을 주지 않고 먹을 것도 조금만 주면서 민원인들을 마구 구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장시(江西)성 신위(新余)의 인권 운동가 잉리강(應立鋼)은 마자로우에 최근 수일간 1천여명의 민원인이 감금됐었다면서 이중 600∼700여명이 탈출해 시위에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남부에 있는 또 다른 흑감옥인 주징좡(久敬庄) 구제서비스센터에 수용된 후난(湖南)성 출신 민원인인 천위안위안(陳圓圓)은 "우리는 인권 존종의 희망을 볼수 없으며 보이는 것은 다만 안정을 위한 집법자들만 있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7일 중앙정법공작회의에서 "인권은 안정을 위한 기초이며 안정의 실질적인 요인은 인권"이라면서 "사법 기관들은 법률 집행시 인민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비판적인 반응이라고 RFA는 풀이했다.

중국은 작년 말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지목돼온 노동교화제도를 폐지했으나 흑감옥 등 다른 형태의 사설 감금 시설 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2년 말 주징좡에서 수백 명의 수감자들을 석방해 인권 개선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으나 여전히 각지에서 흑감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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