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테이퍼링에 신흥국 금융시장 '흔들'

브라질·멕시코·터키·러시아, 통화가치·증시 하락

미국이 또다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해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의 통화가치와 증시가 하락하는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거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월 7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다음 달부터 6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회의에서도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줄였다.

브라질 등은 연준의 발표 이후 증시의 상승세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통화가치도 내려갔다. 연준의 발표 이전에 장을 마감한 터키 등의 통화가치와 증시는 양적완화 축소가 미리 반영돼 떨어졌다.

미국 증시는 1%를 넘는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고 유럽 증시도 하락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안전 자산 수요로 내려갔고 원유와 금 가격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러' 루블화 가치 4년래 최저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0.59% 내린 47,556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 장에서 상승했지만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이날 0.3% 떨어져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2.434헤알에 마감돼 지난해 8월 21일의 2.451헤알 이후 가장 높았다. 헤알화 가치는 사흘 연속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Merval) 지수는 0.03% 떨어진 5,659포인트에 마감됐다. 메르발 지수는 오후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5,700포인트를 넘었으나 연준의 양적완화 추가 축소 결정이 악재로 작용하며 내림세를 보였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8.002페소를 기록했다. 지난 27일 달러당 8.01페소, 28일에는 달러당 8.02페소를 기록한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9%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던 멕시코의 페소화는 이날 약세로 돌아섰다. 달러당 페소화 환율은 전날보다 0.93% 오른 13.38 페소에서 움직였다.


터키는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중앙은행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효과는 하루 만에 소멸했다. 터키 리라화는 이날 오전 달러당 2.16리라로 전날의 2.26리라보다 가치가 올랐으나 오후부터 약세로 돌아서 오후 4시 현재 2.28리라에 거래됐다.

이스탄불 증시의 BIST100은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오후 들어 하락세로 반전해 전날보다 3.2% 급락했다.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3시 10분 현재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6코페이카(루블 아래 단위) 오른 35루블에 도달했다.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고 기록으로 같은 해 초 세워진 역대 최고 기록(달러당 36.73루블)에 근접하고 있다.

◇美 다우지수 189p 급락…유럽증시도 내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 이상 하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9.77포인트(1.19%) 떨어진 15,738.7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8.30포인트(1.02%) 낮은 1,774.20을, 나스닥종합지수는 46.53포인트(1.14%) 내린 4,051.43을 각각 기록했다.

연준의 발표 이전에 거래를 마친 유럽의 증시도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반영돼 내림세를 보였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43% 하락한 6,544.28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75% 내린 9,336.73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0.68% 후퇴한 4,156.98에 각각 문을 닫았다. 범유럽 Stoxx 50 지수도 0.90% 떨어졌다.

◇원유·금 등 원자재 가격, 큰 동요 없어

미국 국채 가격은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로 상승했다. 금리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073%포인트 떨어진 2.686% 선에 움직였다. 만기 5년과 30년 국채 금리도 0.055%포인트 정도 떨어졌다.

뉴욕 유가는 소폭 하락했고 금 값은 상승했지만 심한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5센트 빠진 배럴당 97.36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45센트(0.42%) 뛴 배럴당 107.86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금은 FOMC 회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종료된 객장 거래에서 11.40 달러(0.9%) 오른 온스당 1,262.20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이후 전자 거래에서는 양적완화 축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스당 1,259달러로 떨어졌다가 종가보다 높은 온스당 1,263달러까지 다시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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