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저녁 9시(미 동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신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통해 "미국은 가만히 멈춰서있지 않으며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집권 2기 2년차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에 끌려 다니지 않고 대통령에게 부여된 행정명령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주요 국정어젠다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를 '행동의 해'로 만들자"며 "성장을 촉진하고 중산층을 강화하며 기회의 사다리를 세우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일련의 정책을 의회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의회가 당파적 교착상태에 벗어나 경제적 기회를 회복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미국인 가족들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의회의 승인 없이 언제 어디서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저 임금인상, 장기 실업자 구제, 직업훈련 프로그램 확대와 같은 대형 경제정책을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와 새로 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들의 시간당 최저 임금을 현행 7달러 25센트에서 10달러 10센트로 상향조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정부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 달러로 2007년 이후 인상되지 않았다.
또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퇴직후 생활에 대비할 수 있도록 'myRA'라는 퇴직연금계좌를 만드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와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6개의 생산연구소를 설립하고 ▲연방 직업훈련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 고용주들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설하도록 명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대해서는 100만명 이상의 장기 실업자에게 적용되는 실업수당 지급 프로그램을 3개월 이상 연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포괄적 이민개혁법에 대해 "우리의 경제를 키우고 앞으로 20년동안 1조 달러 가깝게 재정적자를 감축할 것"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근로소득보전세제 개편으로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법인세 등 세제개혁을 통해 중산층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일자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그랜드바겐'도 거듭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독자행동' 시사는 완만한 경제회복세 속에서 오히려 상실감을 겪고 있는 미국 서민·중산층의 민심을 다독여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고 국정주도력을 회복해 조기레임덕을 방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대해 "대결의 정치"라고 반발하고 있어 새해초부터 정국의 긴장이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연설의 대부분은 국내현안에 할애됐으며 국제관계와 외교분야에서는 아프간 전쟁, 이란 핵협상, 시리아, 대테러, 유럽과의 동맹 등이 언급됐다.
특히 이란 핵협상에 대해서는 '검증가능한 행동'을 전제로 한다는 원칙을 표명하고 의회의 새로운 제재법 추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북한 핵문제나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 이후 메릴랜드주 프린스조지 카운티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위스콘신주 밀워키, 테네시주 내슈빌 등을 돌며 정책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