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2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야권의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국 위기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다. 야권은 그동안 내각 총사퇴와 조기 대선 및 총선 등을 요구해왔다.
◇ 야누코비치 대통령, 아자로프 총리 사표 수리 =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자로프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고 내각 총사퇴를 지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대통령 사이트에 게재된 보도문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아자로프 총리의 사표와 내각 성원 전체의 사퇴서를 수리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그러면서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기존 내각이 업무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아자로프는 총리실 사이트에 올린 사임 성명을 통해 "정치·사회적 타협을 위한 추가적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와 야권 간)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총리직 사퇴 신청을 허락해줄 것을 요청하는 개인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스스로 책임을 떠안았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통합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는 누군가의 개인적 계획이나 야망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아자로프의 사표에 대해 야권은 그동안 기대에 미흡한 조치라고 평가절하했다.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 민주동맹'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는 아자로프의 사표 제출은 자신의 체면을 지키려는 행보라고 주장하면서 "야권에 아자로프 사퇴는 승리를 향한 발걸음일 뿐이면 승리 자체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클리치코는 이날 열린 의회 비상회의에서 총리 사퇴 문제가 거론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자로프가 서둘러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체면을 지키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체뉵 당수는 앞서 이타르타스 통신에 아자로프 사퇴 이후 총리직을 맡을 의향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하루 전 야누코비치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앞서 대통령이 제안했던 총리직을 수락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의회, 집회·시위 규제 강화법 폐지 = 한편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오전부터 비상회의를 열어 야권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킨 집회·시위 규제 강화법을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이에따라 지난 16일 여당인 지역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정식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거수로 채택했던 집회·시위 규제 강화와 관련된 9건의 법률이 일괄 폐지됐다.
폐지 찬반을 묻는 표결에선 361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2명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49명은 기권했다. 심지어 여당인 지역당 의원 167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채택됐던 집시법에 따르면 시위대가 정부 관청의 출입을 차단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공공장소에 허가 없이 무대나 앰프, 텐트를 설치하기만 해도 최대 15일의 구류나 한화 68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리며, 무허가 시위에 장비 등 편의를 제공해도 최장 10일의 구류나 135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공식 절차까지 무시한 법률 채택은 한동안 잠잠해졌던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는 계기가 됐었다.
하루 전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주요 야권 지도자들은 이날 의회 비상회의에서 집회·시위 규제 강화법 폐지와 체포 시위 참가자 사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아자로프 내각 불신임안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