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106개 은행, 美에 고객정보 제공키로

美 사법처리 받는 대신 막대한 벌금 내기로

스위스의 106개 금융기관이 미국인의 세금회피 조장 혐의로 미국 당국의 사법처리를 받지 않는 대신 벌금을 내려고 미국의 세금 협조 프로그램에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법무부 세무 담당 캐스린 케널리 차관보는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스위스 금융기관 중 미국이 제시한 세금 협조 프로그램에 신청한 곳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스위스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스위스 양국은 지난해 8월 미국인의 세금 회피를 조장한 스위스 은행들에 대해 사법 처리를 하지 않는 대신 벌금과 관련 고객 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스위스의 300개 이상의 은행에 대해 조세회피를 한 미국인 고객이 있으면 연말까지 △조세 회피 조장혐의로 이미 수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되지 않은 미국인 계좌가 있을 수 있다 △세금회피를 도운 사실이 전혀 없다 △외국인 고객에 제한을 두고 있다 등 4개 범주 중 하나를 선택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 프로그램의 벌금 조항은 미국의 사법처리를 피하려는 스위스 은행은 지난 2008년 8월 1일 이후 관리해온 미국인의 전체 예금 중 반드시 20% 이상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는데 먼저 합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작된 2008년 8월 이후 스위스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미국인에게 비밀계좌에 돈을 넣도록 했느냐에 따라 벌금이 30% 또는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스위스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 율리우스 바에르 등은 물론 바젤 주립(칸톤)은행, 외국계 은행 스위스 지점 등은 이미 유죄를 인정한 제1범주에 속한다. 약 12개 정도의 은행이 속한 이 첫 번째 그룹은 엄청난 규모의 벌금과 법률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에서 272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가장 오래된 자산관리은행 베겔린(Wegelin&Co)은 지난해 10여 년 동안 미국 조세 약 12억 달러를 빼돌리는 역할을 도왔다는 이유로 5천780만 달러의 벌금과 1천620만 달러의 합의금을 물고 폐업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지난 2009년 미국 사법당국에 7억 8천만 달러의 벌금과 고객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서 이미 합의를 한 상태여서 이번 미국의 세금 협조 프로그램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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