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대통령궁 고위 관계자는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테러 공격 수십개의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수년 전부터 이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도 여러 건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리스트에는 이달 17일 카불 중심가의 레바논 음식점에서 발생, 미국인 3명을 포함해 21명이 숨진 폭탄 테러도 포함돼 있다. 한국 대사관과도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당시 테러에 대해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소행으로 지목했다.
리스트에는 2010년 1월 카불 시내 법무부 건물 등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지난해 4월 파라주(州)의 법원 청사에서 발생해 50여명이 숨진 테러 등도 있다.
이 관계자는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자신의 입지를 흔들고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이런 테러들을 계획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이 개입하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미국 개입 의혹은 비극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불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군의 특정 지역 공습으로 민간인들이 희생된 직후 반군 스타일의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패턴은 미국이 민간인 사상자들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당수 공격에 대해 탈레반이 자신들이 저질렀다는 성명을 냈지만 진위를 파악할 수도 없고 외국 정보기관들이 배후에 없다는 확신도 없기 때문에 아프간 대통령궁 관계자들은 탈레반의 성명을 믿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런 주장에 미국 관계자들은 미국이 수천억 달러를 지원해온 아프간 정부를 약화하려 한다는 발상은 믿을 수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제임스 커닝햄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는 27일 "현실과 괴리된 지독히 음모론적인 시각"이라고 반박하며 이런 의혹 제기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닝햄 대사는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대통령 궁은 이 리스트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같은 '카르자이 리스트' 공개는 연내 미국이 아프간에서 군사작전을 공식 종결하고 철수하기 위한 안보협약을 매듭짓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를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국과 아프간 관계자 상당수는 안보협약이 아프간의 장기적인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보지만 아프간 지도자들은 아직 공식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