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S전자 생산직 근로자 김태근(가명)씨. 대기업에 다니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제법 넉넉한 편이다. 덕분에 조카들에게 용돈 많이 주는 삼촌으로 인식돼 조카들이 잘 따른다. 장가를 안 간 태근씨에게 그만한 낙도 없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조카들이 고등학교 선생님인 처남에게만 몰려 씁쓸하다. 조카들도 점점 고학년이 되면서 삼촌에겐 용돈을 받고 처남에겐 다양한 얘깃거리를 듣는 일이 많아져서다. 특히 지난해 추석엔 조카들이 던진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공주'에 비유되느냐"는 질문에 답을 못해 쩔쩔맸다. 반면 처남은 동화를 읽어주듯 재미있게 유럽 역사를 줄줄 풀어놓으면서 조카들의 롤모델이 됐다.
설 명절이 다가온다. 온가족이 모이면 이런 저런 다양한 주제의 얘기들이 나올 게 분명하다. 이제까지 태근씨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그런 얘기에 동참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젠 조카들도 점점 성숙해가고 있어 질문도 많아졌다.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없다. 왠지 왕따당하는 기분이 들어서다. The Scoop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슈 NOW'를 토대로 각종 이슈를 정리해 봤다. 고향을 내려가는 동안 잠시만 짬을 내도 '설 밥상에서 씹을 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다.
■ 지방선거의 꽃 서울시장 누가 될까
지방선거 최대 화두는 서울시장 선거다. '서울수복'을 내건 새누리당의 전략은 외부영입론이 우세해 보인다. 간첩ㆍ학력조작ㆍ병역비리 논란 등 공격에도 꿋꿋이 할 일을 해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박원순 시장을 끌어내리기엔 새누리당 내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게 아닐지. 하지만 지방선거 인물보다 잃어버린 공약부터 찾는 게 순서일 듯.
■ 안철수 신당창당으로 다시 安風
201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12년 대선을 통해 정치판에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신당창당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권연대를 내건 민주당의 행보는 이전까지와 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안철수 신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가 관심이다. 안 의원의 정치적 동지 박원순 서울시장과 한판승부를 벌여야 해서다. 그래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이 만들어진 모양이다.
■ 댓글 흔적 드러나도 셀프 개혁으로 끝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활동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른 국가정보원 직원이 활동한 흔적이 확인됐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수년 동안 직원들에게 정치에 개입하는 인터넷 활동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과 원세훈 전 원장을 기소했다. 지난해 6월 국정원 개혁은 '셀프 개혁'일 뿐이었단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끝났지만 그 여파는 올해를 계속 물들일 것 같다. 검찰이 13명의 지도부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서다. 노동계는 '노조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결집시켰다는 이유로 쇠고랑을 차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발끈하고 있다.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 올해 참 많이 싸울 것 같다.
■ 신뢰 빠진 남북관계는 냉랭
생판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 한번 믿어봐. 그럼 나도 널 믿어줄게'라고 한다면 먹힐까. 박근혜 정부의 대북 콘셉트인 '신뢰프로세스'가 그런 모양새로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맘을 먼저 털어놔야 상대방도 마음을 여는 게 인지상정. 정부는 '우리야 아쉬울 것 없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무슨 죄냐고.
■ 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공판 속도 붙나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공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첫 공판을 가진 이후 지난 1월 16일까지 모두 37차례의 공판이 진행됐다. 동영상과 녹취 파일 등의 증거조사가 이뤄졌다. 지난 1월 16일 제보자가 국가정보원에 넘긴 동영상파일에 대한 증거 채택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공판 진행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 대학들도 안녕들 하십니까
10여년 전부터 대학가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대자보 문화가 고려대를 시작으로 한 '안녕들 하십니까'로 부활했다. 이젠 점점 다양한 주제들이 대학을 넘어 회사와 고등학교, 해외에서도 대자보로 이슈화되고 있다. 가슴 뭉클했던 '안녕들 하십니까'는 책으로도 출간된단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선 면학을 해치고 무조건 철거를 외친다니 대학들도 안녕하지는 못한가보다.
병원이 영리자회사를 두는 것도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민간투자를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목할 것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쿠바의 무상의료제도는 돈이 아니라 의사다운 의사를 길러내고 아픈 사람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철학을 중심으로 탄생한 제도라는 거다.
■ 비트코인 동아줄 맞나?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이 거세다. 미국에서는 빅토리아시크릿, SNS 게임 등의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인천의 한 빵집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비트코인 열풍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화폐로서의 기능이 제한돼 있어서다. 추락하는 금값, 폭등하는 비트코인. 생명의 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는 잡아봐야 아는 걸까.
■이재현 CJ 회장 징역 6년 구형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월 14일 검찰로부터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받았다. 해외 비자금을 조성해 546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수백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다. 이날 이 회장은 CJ그룹이 고속성장을 거듭했고, 고용을 많이 늘리는 등 경제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며 "회사와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싶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선처를 구했다.
■ 동양, 법정관리로 개미만 죽는다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현재 ㈜동양ㆍ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 등 부실 계열사 채권과 CP(기업어음)에 투자한 5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상품의 기본 내용과 투자 위험성을 동양증권으로부터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며 금융당국과 동양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의 차기전투기(F-X)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스텔스기 'F-35A'가 지난해 11월 선정됐다. F-35A는 첨단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갖춘 전투기다. 개전 초기 전쟁 주도권을 확보하고, 적의 전쟁수행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꼽힌다. 군은 40대를 우선 구매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 대도 전력화되지 않은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 혼외아들 논란, 어디까지 가려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채 전 검찰총장이 부산에서 재직 당시 만난 내연녀와 10년간 연분을 이어가고 있고, 두 사람 사이에 11세 아들이 있다는 의혹이 이제는 사실로 굳어진 듯하다. 채 전 총장과 얼굴이 닮았고, 돌림자를 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채모군이 학교 학적부에다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으로 썼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그런데 그렇게 난리 치던 '유전자 검사'는 언제 할까….
■ 끝나지 않은 밀양 송전탑 분쟁
2013년 10월 1일 송전로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8기 송전탑이 완공됐다.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 갈등해소를 위해 태양광발전시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밀양 주민의 송전탑 공사 중단 요구는 강경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 전력시설의 확충은 필요하다. 다만 주민의 극심한 반대를 무시하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전기가 있을까.
■ 미국 위안부 소녀상 놓고 청원전쟁
위안부 할머니들은 쉬지 못한다. 미국 글렌데일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두고 한ㆍ일간의 때 아닌 청원전쟁이 일어났다. 소녀상을 조롱했던 극우성향의 토니 마라노가 동상철거 서명을 시작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이 반대하는 '맞불' 청원을 하고 있다. 역사의 진실 위에 세워진 동상을 철거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상처는 계속 덧나고 있다.
■건보공단 담배소송 제기 움직임
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손실액이 어마어마하다며 담배회사에 소송을 냈다. 소송 예상 금액은 20조원에 이를 예정이다. 과거에도 담배 관련 소송은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 담배회사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하기 일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행여 담배 가격이 인상될까 흡연자들은 그저 불안하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2011년 중동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 4년째.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의 내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내전으로 발생한 희생자 수는 13만433명.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반정부군 사이의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1월 22일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국제 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신혼여행지, 이제는 '블랙리스트'
태국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야당 지도자 집 앞에 폭발물이 터져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다.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태국'은 이제 '여행유의 지역'이 됐다. 최근에는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필리핀은 지진에 태국은 반정부 시위. 결국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가야하는 건 아닌지.
■법원으로 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회의록을 지난해 6월 공개했다. 야당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을 부각시키자 여당이 맞불을 놓은 거다. 이후 경찰의 조사결과 국가기록원에 해당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안은 법정공방으로 비화된 상태다. 공판진행상황에 따라 언제든 여야 간 충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 정치이슈로 변질
친일ㆍ독재정권 미화로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정치이슈로 변질됐다. 시계추를 돌려보면 이 문제의 발단은 정부다. 지난해 6월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연도와 남침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자 교육부가 발 빠르게 한국사 수능 필수화를 결정했고, 고교 한국사 교과서 좌우편향 논쟁이 이어져서다.
김정덕ㆍ박용선ㆍ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