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감격시대'의 선전은 초반 이야기를 끌어간 아역들의 활약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주인공 신정태의 오랜 친구 짱돌 역을 맡은 김동희는 겁도 많고, 실수투성이지만 신정태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28세 나이에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로 데뷔한 김동희는 1년 여 만에 탄탄한 연기력으로 얼굴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감격시대'에서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짱돌에 대한 관심이 크다.
-감사할 뿐이죠. 사실 굉장히 쑥스러워요. 제 연기를 보면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럽거든요.(웃음)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극중 제일 많이 맞는 것 같다. 촬영하면서 많이 다쳤을 것 같은데?
-손톱도 죽었어요.(웃음) 사람들이 그만 좀 맞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몫은 샌드백이라(웃음) 아마 극중 제일 많이 맞는 게 저일 것 같아요. 벌목장에서 박치기하고, 사기 친 개코를 때리기도 했는데 기억도 못하시죠?
▶김동희 외에는 짱돌 아역을 상상하기 힘들정도다. 제작진이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는지 궁금하다.
-드라마스페셜 '사춘기메들기'에서 까불까불한 역할로 나왔는데, 그 모습을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짱돌 성인 역할을 맡은 신승환 선배와 느낌도 비슷하고요. 저 역시 승환이형 작품도 많이 보고, 일부로 6kg 정도 살도 찌웠어요.
▶실제 김현중과 28살 동갑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했는데 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나?
-스무 살까진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스무 살 때 우연히 집 주변 고기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는데, 사장님이 굉장히 유명한 연기선생님이셨어요. 베테랑급 배우들도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선생님을 찾아오시더라고요. 그분이 저에게 '연기를 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연기자에게 필요한 마인드부터 발성, 움직임 등을 배웠죠.
▶사장님이 김동희 씨의 어떤 면을 보고 '배우를 해보자'고 하시던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제 외모가 잘난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잖아요. 그땐 발음도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그때 같이 배웠던 분들에게 샘도 많이 받았죠. 그래도 선생님이 강한 의지를 보여주셨어요. '감격시대'를 하게 됐다고 했을 때에도 선생님이 정말 기뻐하셨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자의 꿈을 버리지 않은 이유가 뭔가?
-연기를 할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벌이가 없어서 연기를 배울 때 아르바이트를 2개씩 하기도 했어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연기만 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통해 감정을 폭발하고 나면 뭔가 개운하고 시원해요.
▶조급함이나 위기함은 없었나?
-왜 조급함이나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저는 신정태 역을 맡은 곽동연 씨의 서포터 역이에요. 제가 돋보이면 이 드라마는 뭉개져버려요. 동연이의 강점이 저와 함께 연기하면서 더 도드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짱돌을 통해 곽동연 씨가 연기하는 신정태가 멋져 보이게 노력했죠.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욕심이 많지 않아요. 그저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독기만 갖고 뭘 했다면 목표치를 이루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와 상실감이 어마어마했을 거예요. 즐겁지 않다면 연기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어요. 지금 정말 즐거워요. 저 때문에 웃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