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관리실태도 사상 처음으로 긴급 점검한다. 채용 과정에서 허리둘레부터 혈액형까지 무분별하게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26일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는 산하기관이나 공기업 등에서 하고 있는 개인 정보의 보관이나 이용 실태 등에 대해서 전면 조사를 실시해 정보 보호에 허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원칙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이어 "국무조정실은 이와 관련해 범정부 TF 를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경우 입법 조치 등 후속 조치 마련해 시행토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사의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공공기관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부처·공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현황이 집중적으로 점검되며 나머지 의료 및 연금, 복지 관련 공공기관도 중점적으로 점검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를 포함한 공공기관, 기업, 정부 등이 꼭 필요한 고객정보만을 수집·보관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동의서의 필수·선택 항목 기준에 대한 지침도 만든다. 금융기관은 계좌개설, 신용카드 신청 때 30~50개의 항목의 정보를 수집하는데 이 가운데 60~70%를 필수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제삼자 정보제공 동의서도 양식 표준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상회사의 개별 리스트 없이 포괄적으로 제삼자 제공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퍼 나르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전자거래나 금융거래 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액티브엑스(Active X)의 문제도 개선된다.
정부는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내달 발표될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 반영해 추진키로 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개인정보 유출의 철저한 재발방지를 언급한 만큼 개인정보 관리를 포함한 금융소비자 보호계획을 경제혁신 계획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올려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정보 뿐 아니라, 의료정보, 공기업이 가진 여러 개인정보, 전 부처의 정보 등은 안전한지를 볼 필요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각 부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금융사, 기업, 공공기관 등 58곳에서도 1억3천752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국가기관의 채용 과정에서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실태도 점검을 통해 시정 조치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최근 인턴사원 채용 지원 서류에 기본 인적사항 외에 신장, 체중, 시력, 혈액형과 상의·허리·신발 사이즈를 적어내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지원자의 키, 몸무게, 허리둘레 등을 일괄적으로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구직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연구원 채용 서류에서 남성의 경우 군별(軍別)·병과(兵科)·계급을 적어내도록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군번(軍番)까지 물어봤다.
공공기관이 수집하는 개인 정보는 민감한 것도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질병정보, 대한주택보증의 주거·대출정보, 코레일·한국도로공사의 개인 이동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채용 시 개인 정보 요구 사항과 관련해 시정 방안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연내 금감원에서 분리돼 출범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원에 고객정보 보호와 정보유출에 따른 분쟁조정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금소원 설립준비단을 구성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금소원의 업무는 금융상품 판매 등 영업행위와 관련한 감독, 분쟁조정, 금융교육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여기에 개인정보 보호와 금융회사의 정보유출에 따른 분쟁조정, 민원처리 등을 포함하는 안이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