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0곳에서 밀양을 찾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이날 오후 2~3시 사이 밀양시청에 집결한 후 밀양 영남루 맞은편에 설치된 고 유한숙 씨의 분향소를 지나 한전 밀양지사 앞, 밀양역까지 약 5.5㎞에 걸쳐 거리행진을 벌였다.
밀양송전탑 전국대책위원회는 2차 희망버스 참가자를 3천명 정도로 추산했다.
밀양시청 앞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밀양송전탑 공사 중단과 공권력 철수 등을 주장했다. 또 밀양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을 위로했다.
딸과 함께 희망버스에 오른 안모(40.전북 장수)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너무 힘드시게 싸우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참가했다"며 "평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얘기를 자주 해줬는데 딸아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응원해 주고 싶다고 해서 함께 데리고 왔다"고 미소지었다.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한전 고압송전탑 27번 현장 앞에 살고 있는 한옥순 할머니는 "이제까지 싸워오면서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는지 모른는데 여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며 "앞으도 목숨을 걸고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공사가 시작된 지 120일이 넘었는데 주민 한 분이 돌아가시고 자살기도 이어지고, 주민들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강행되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서로 격려를 하고 주민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행진을 마친 뒤에는 밀양역 광장에서 노래와 춤 공연 등 희망문화제를 가졌다. 이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4개 마을로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고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는 마을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6일 오전 11시에는 고 유한숙 씨 분향소 앞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바이러스 유입에 대비해 고속도로에서 밀양으로 들어오는 나들목에 설치된 방역통제소에서 하차해 개별적인 자외선 방역을 받기도 했다.
밀양지역에서는 희망버스를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밀양바로세우기 시민운동본부 소속 회원 40여 명은 고속도로 밀양나들목 인근에서 희망버스 반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한때 도로를 점거하고 희망버스 통행을 막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경 4개 중대 등 70여 개 중대 6천여 명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