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또 일본에 한국과의 관계 개선과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조처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WSJ이 인용한 복수의 미국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긴장 완화를 위해 일본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확약(assurance)받으려 한다. 이는 사실상 참배 중단 요구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2월 26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전격 강행했고 한국과 중국은 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국은 당시 이례적으로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관리들은 아베 총리로부터 주변국을 분노하게 하는 더 이상의 발언과 행동을 삼가겠다는 확약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관리들은 일본이 이전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했던 공식 사과를 다시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아베 총리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일본에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대립하는 한국과의 논쟁을 끝낼 수 있는 합의를 하도록 종용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확대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일본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강제로 동원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일본과의 외교적 접촉을 통해 이런 요구를 은밀하게(privately) 전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신문은 오는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할 때까지 미국과 일본은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등으로 악화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일본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때 일본을 방문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미국이 요구가 거절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요구에도 신사 참배에 대한 아베 총리의 망언은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추도의 대상은 일본 군인들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들"이라며 "일본은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세계 평화를 희망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아베의 이런 발언을 비난했고 미국은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아베 총리의 행보에 대해서는 더 자제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더 대담하게 국수주의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연구원은 "신사 참배 이후 아베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과 관계를 진전시킬 계획이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