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방위적 총력 로비 뚫은 韓 조용한 외교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미국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주 상원을 통과했다.

비록 미국의 한 지자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있지만 버지니아주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미국의 바로미터의 성격을 띄는 지역이라 그 파급력이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동해병기 의무화 법안은 여러의미로 큰 상징성을 띄고 있어 그 결과가 값지다.

◈ 美내 한인사회 위상 제고…동해병기 교과서 '촉매제' 가능성

이번 동해 병기법안은 미국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의무화하는 계기를 이룬 것이다.

따라서 향후 미국 다른 지역에 동해병기 교과서가 확산되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인 사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의미도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법안이 지자체에서 통과된 것이기는 하나 미국 정치권에서 한인 이슈를 정식법안으로 만들어 상원까지 통과시킨 것은 전례가 없었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의 피터 김 회장은 "미주 한인 역사 111년 동안 한국 이슈가 법안으로 만들어져 의회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 韓 조용한 외교로 日 전방위적 총력 로비 '저지'

일본의 법안 저지를 위한 막판 총력 외교를 뚫고 통과됐다는 점도 의미가 값지다.

일본은 막판에 법안 통과 움직임에 맞서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가 직접 움직여 법안 저지에 나섰다.

소식통들은 일본 정부 인사들이 직접 주지사와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 외교활동을 펼쳐 설득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일본 측 로비는 상당부분 작용해 매콜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도널드 매키친 민주당 원내대표는 막판에 기습적으로 동해 병기를 무력화하는 수정안을 제출하고 법안 토론때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의 전방위적 로비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온전히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매키친 의원이 제출한 동해 병기를 무력화하는 수정안은 거의 만장일치로 부결됐고 법안 토론에서 매키친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또 최종 표결에서 재석의원 38명 가운데 기권 3명과 매키친 의원을 포함해 일본 측 로비를 받은 민주당 의원 4명을 제외한 31명이 모두 한국 쪽으로 표를 던졌다.

법안을 주도한 데이브 마스덴 의원은 이날 일부 한국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로비는 매우 이례적이고 이곳(주 의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주 의회에 조용한 외교전을 펼치며 법안 처리를 적극 지원해온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데 집중해 값진 결과를 따냈다.

◈ 日에 싸늘해진 美…한·일 과거사에 관심도 높아져

이번에 통과된 동해 병기법안은 일본에 대해 싸늘해진 미국의 시선을 대변하는 승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와 잇단 망언으로 주변국들과의 마찰을 빚은 일본에 대해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표면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요구에도 아베 총리가 요지부동 잇단 망언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자 동해 명칭 표기에 대해 "항행 안전상 일본해라는 단일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에서 "한국이 다른 명칭을 쓰는 만큼 한일 양국이 합의해 대안을 찾으라"며 입장을 선회하기도 했다.

또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미국내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동해 병기법안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위안부 결의안 준수 촉구 법안 등의 과거사 이슈와는 사안의 성격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해'가 1929년 일제 강점기때 국제수로기구에서 채택됐다는 점에서 과거사 이슈와 비슷한 맥락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동해병기를 위한 '초당적 법안'을 발의한 리처드 블랙(공화) 의원은 "한국이 과거에 겪은 아픔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고 말해, 과거사 이슈와 연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따라서 이번 동해 병기법안의 통과는 최근 위안부 결의안과 글렌데일에 있는 소녀상을 지키려는 움직임 등과 함께 올바른 한·일 과거사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있다.

한편 이번 동해 병기법안은 상원을 통과하긴 했지만 하원에서의 절차가 남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하원의 의석수는 100석으로 상원(40석)보다 클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이끄는 상원과 달리 공화당(67석)이 민주당(33석)을 수적으로 압도하는 구조다.

특히 하원의원 100명 가운데 동해병기를 약속한 의원은 20명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명은 '부동표'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어 한·일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해내느냐에 따라 입법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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