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前 백인소녀 살해 사형' 美흑인소년 사건 재조명

가족들 "당시 수사·재판 부당" 무죄 주장하며 재심 신청

미국에서 70년 전 백인 소녀 두 명을 살해한 죄로 최연소 사형수가 된 14세 흑인 소년의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소년의 무죄를 주장해온 가족들이 당시 재판이 증거 없이 자백만을 바탕으로 부당하게 진행됐다면서 재심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꼭 70년 전인 1944년 3월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알콜루에서 가족을 도와 소 치는 일을 하던 조지 스티니는 이날도 여동생(당시 7세)과 함께 소를 지키고 있었다.

남매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베티 비니커(11)와 메리 탬스(7)와 마주쳤는데 이때가 두 백인 소녀가 살아서 목격된 마지막이었다. 이들은 다음날 근처 배수로에서 둔기로 머리를 심하게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스티니와 그의 형 조니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연행했다. 조니는 곧 석방됐으나 스티니는 다시는 살아서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두 백인 소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고 자백한 그는 유죄를 선고받고 사건 발생 84일만에 전기의자에서 생을 마감했다. 스티니는 미국에서 19세기 이후 사형된 죄수 가운데 최연소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인종차별적 재판의 대표적 사례로 꾸준히 거론돼왔는데 최근 스티니의 유족이 법원에 재심을 신청하면서 재조명됐다.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심리에서 유족들은 스티니가 뚜렷한 증거 없이 자백만으로 유죄판결을 받는 등 당시 경찰 수사와 재판 절차 모두 부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스티니의 부모나 변호사 입회 없이 신문을 진행한 뒤 서둘러 자백 사실을 발표했는데 이 자백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유족들은 이 근거로 스티니가 교도소에서도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는 교도소 동료의 증언을 제시했다.

유족은 세시간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된 당시 재판도 문제삼았다. 백인인 변호인은 목격자를 증인으로 요청하거나 반대심문도 하지 않았으며, 역시 백인으로만 구성된 배심원단은 유죄평결을 내리는 데에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소녀들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의 땅 소유주가 배심원단 대표로 부검에 참여하는 등 규정에 어긋난 부분이 많았다고 유족들은 지적했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검사과 피해자측 가족들은 이 사건이 당시 사법 체계 안에서 적절하게 처리됐다고 맞섰다.

스티니는 자백을 했고 1944년의 법에 따라 재판을 거쳐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유죄판결을 받을만한 상식적 증거가 충분했다는 논리다.

주 검사는 또한 스티니가 보안관의 차를 타고 이송되던 중 "죽일 생각은 없었다"며 살해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는 동승자의 증언도 제시했다.

피해자 중 한명인 비니커의 조카는 "그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여서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만큼 판결은 그대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카르멘 멀린 판사는 양측에 열흘간의 시간을 더 주고 목격자나 증거 등을 보충해오라고 지시했다. 재심에 부칠지 여부는 이후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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