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법 개정은 시기상조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먼저 검증하자고 권고한 것이다.
이는 주무부처 담당 직원들 스스로 원격의료 도입의 파장과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서 논란이 예상된다.
복수의 보건복지부 관계자들 증언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원격의료 도입이 복지부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자 일부 직원들은 법안 발의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상당수 복지부 직원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위험성과 효과성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에 법 개정을 추후에 추진하자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진 전 장관과 복지부 실, 국장 및 과장급 인사들은 지난해 5~6월에 걸쳐 원격의료와 관련해 몇 차례 내부 토론회를 갖고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복지부 관계자는 "진 장관과 직원들이 원격의료 도입을 두고 여러번 토론회를 열어서 의견을 교환했다"며 "일부 반대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범사업을 먼저 하느냐, 법 개정을 먼저 추진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은 사실이다"며 "직원들은 주로 반대를 했지만 장관의 추진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회상했다.
직원들은 진 전 장관과의 토론회에서 원격의료가 의원급 1차 의료기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과 오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우려를 표명했다.
때문에 먼저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에 법 개정을 추진하자고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는 현재 의사협회와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진 전 장관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들어 법 개정과 시범사업을 병행하자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특히 진 전 장관은 전화기가 발명됐지만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회사는 도태되고, 이를 산업화한 벨은 성공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며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일부 직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의지와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법 개정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진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말 기초연금 법안 추진 과정에서 국민연금과의 연계안을 반대하다 청와대와 갈등을 빚으며 사퇴했지만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원격의료 법안은 오히려 속도를 냈다.
급기야 장관 공백기인 10월 말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졌다. 복지부가 입법예고를 한 시점은 문형표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에서 내정된지 불과 며칠 뒤였다.
주무부처 장관이 부재한 사이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경제부처 힘에 밀려 복지부가 원격의료를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현재 원격의료 법안을 두고 정부와 의사협회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을 우선 추진하고 시범사업 기간을 법에 명시하면 된다는 입장인 반면, 의사협회는 선(先)시범사업-후(後) 법 개정 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6~7개월 전 복지부 내부에서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었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 논리가 급조된 것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