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그땐 내가 날렸어"… 어느 퇴역 여군의 회상
2. "정말 싫었는데.." 女軍인 것이 죄
3. '꽃다운 나이에..'울어버린 女軍 하사관
4. "등을 돌리네요" … 방치된 여군들
5. "외로움 좀 달랬으면"...그녀들의 마지막 희망
◈ 생활고로 힘들지만…'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수급비 30만원으로 생활하는 김 할머니는 의료보장 혜택을 받긴 하지만 약값 등으로 일정부분 자기 부담금을 내야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김 할머니는 “한달 30만원으로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내고 생활비로 쓰다보면 매달 약값이 큰 부담”이라며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본인부담금이 없어서 좋을텐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정상 현역군인이나 국가유공자가 아닌 김 할머니는 국군병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
육군 상사출신으로 한달에 50만원 정도 나오는 연금저축으로 홀로 생활하는 김성옥(가명, 74) 할머니는 생활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김 할머니는 “생활비가 부족해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못 틀고 지낼 지경”이라면서 “여군 출신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어디가서 말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김 할머니는 연금저축이 있다는 이유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생활수급비와 의료보장혜택을 전혀 못 받기 때문에 각종 복지혜택과 의료비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보다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 '너무 외로워서 죽고싶단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
그런데 이보다 더 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외로움’이다.
육군 상사 출신으로 역시 홀로 사는 최연자(가명, 75) 할머니는 “평생을 어렵게 살았는데 새삼 지금 생활이 쪼들린다고 하소연하면 뭐하겠냐”면서 “그런데 늙으니까 오히려 젊을 때 보다 더 외로워지고 그게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타고난 군인정신으로 평소 매사에 활기찬 모습으로 주변사람들을 대하는 김백희 할머니의 경우도 70세가 되던 해 ‘너무 외로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두 번이나 약을 먹었다.
김화숙(66) 예비역 대령은 “여군 출신들은 결혼을 못하고 혼자 사는 경우가 많고, 거기다 일반 여성들과 젊은 시절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주변에 일반 여성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퇴역 여군 공동체 설립 추진 '노후라도 함께 보내자'
김 대령은 “후배 여군들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데 후배들이 ‘대령님, 우리 군에 있을 때처럼 같이 살아요’ 하더라”며 “그래서 ‘너희들 지겹지도 않냐’고 말했는데 집에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홀로 외롭게 사는 퇴역 여군들한테는 노후에 함께 사는게 절실하겠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군 출신들이 공동체 생활에 익숙하고 함께 살면 외로움도 달래고 대화도 통할 것”이라며 “지금 주변에 여군 출신들을 상대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난관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부지와 시설, 운영비 등이 모두 돈 문제지만 가뜩이나 생활고를 겪고 있는 퇴역 여군들이 이같은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상황이다.
김 대령은 “폐교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군 출신 수가 워낙 적은데다 조직화도 안돼 있어서 그런 걸 요구할 힘이 없다”면서 “국가에 충성한 여군들한테 국가에서 조금이나마 배려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령은 조만간 후배 여군들과 함께 청와대와 국회, 국방부 등에 공동체 설립 등 퇴역 여군 처우 개선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꽃다운 청춘을 국가에 바친 것이 오히려 족쇄가 돼 불행한 노후를 맞고 있는 퇴역 여군들. 외로움이라도 좀 달랬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마지막 희망가가 이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