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은 BJ, 차장은 CJ, 대리는 DR이라고 하는 식이다.
눈치 빠른 외부인들은 "혹시…" 하면서 '부장'을 소리나는 대로 영어의 앞글자만 떼어쓴 것 아니냐고 넘겨짚었다가, 그게 정말로 맞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다시 놀라기도 한다.
부장(BooJang)을 BJ라고 약칭하는 '심오한' 이유를 깊이 탐구해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결론이다.
영어권 외국인이야 알건 말건 우리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이런 빼짱 좋은 '배째라'(BJR) 표기법은 누구의 발상일까?
옛 현대건설의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내려온 관행이라고 한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지만, 해외 곳곳의 사업장에서 텔렉스를 이용해 서신을 보내올 때도 편리한 방식이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에선 이런 호칭법이 비공식 이상의 예우를 받고있다.
각 사무실 입구에는 직원들의 이름 뒤에 BJ, CJ 등의 직책이 표기돼있을 정도다. 물론 명함에는 부장, 차장 등의 공식 직함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슨 직책의 약칭일까?
BD: 부장대우
SW: 사원
문제가 좀 쉬웠다고 생각되는 분은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SJN?
눈치 빠른 독자들은 '사장님'의 약칭임을 직감했을 수 있다. 맞다. 유일하게 'N'을 붙일 수 있는 직위다.
그런데 이런 눈치 100단의 독자들도 다음 문제는 맞추기 힘들 것 같다.
SBB?
답은 '상무보'다. 그렇다면 'SMB'가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상무보는 상무보A와 상무보B로 나뉜다.
SBB는 상무보B의 약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