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뒤편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용산전자상가. 세계적인 개인용컴퓨터(PC)시장 침체 속에 이곳도 불황의 파고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우리나라의 PC 메카로 불렸던 명성은 온라인 판매에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폰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고전하고 있다.
20일 방문한 용산전자상가의 모습은 옛 명성과 달리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관문 역할을 하던 터미널전자상가는 신축사업 때문에 가게들이 모두 철수해 썰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변 길거리를 점령하던 호객행위는 자취를 감췄고 수많은 PC부품들을 분주히 나르던 짐꾼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장사가 가장 잘된다는 선인상가도 마찬가지다. PC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발딛을 틈 없었던 통로는 오가는 사람 없어 한산한 풍경을 보였다. 간간이 보이는 고객들은 값을 물어보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정문과 연결된 핵심층인 2층 안쪽으로 가자 군데군데 빈 가게가 눈에 띄었다. 한층 더 올라가자 그 수가 더 늘어났다. 한 가게 주인에게 "왜 이렇게 한산하냐"고 묻자 "스마트폰 때문에 PC를 구입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PC 수리업을 해왔다는 그는 "PC를 판매하는 사람이 많아야 수리를 해달라는 의뢰도 들어올 텐데 영 신통치 않다. IMF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수입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달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30% 이상 줄어들 것 같다"고 푸념했다.
10년째 조립PC 판매업을 하는 또 다른 주인은 "장사 잘 되는냐"는 질문에 "오전 일찍 나왔는데 오후가 되도록 아직 개시도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한 때 온라인 바람이 불어 너도나도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왔지만 스마트폰은 손쓸 방법이 없다. 나도 집에 가면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니 말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선인상가는 전체 1400여개 점포 가운데 이날 현재 90여곳이 비어있었다. 이곳 관리단 관계자는 "업종이 스마트폰으로 변화되다 보니 PC 전문 상가가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현재 용산 상황으로 봤을 땐 선방한 것으로 보이나 대기수요가 있었던 예전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러한 찬바람은 용산전자상가만의 일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해 기준 전세계 PC 출하대수를 살펴봤더니 전년보다 10% 감소한 모두 3억 1590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PC 시장 역사상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2009년 출하량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 PC 출하대수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한 2650만 대를 기록했다. 가트너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 등 대안 기기에 지출이 집중되면서 PC는 우선 구매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사 수석 애널리스트인 미카코 키타가와는 "신흥시장 소비자의 경우 인터넷 연결 기기 중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구매하고 컴퓨팅 기기는 태블릿을 가장 선호한다"며 "PC의 대체품으로 태블릿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신흥시장의 PC 구매는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