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드 제작에 필요한 공(空)카드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제작물량도 밀리면서 재발급 기간이 길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 카드사용이 늘어날 설을 맞아 소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3개 카드사 고객들이 신청한 재발급 건수는 127만 3천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재발급된 비율은 15%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재발급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 제작 업체..."설 연휴 없이 24시간 풀가동"
카드 제작 주문이 몰리면서 당장 카드 제작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문제가 된 3개 카드사에 납품을 하고 있는 A사는 하루 최대 10만장을 제작할 수 있는데, 3일 동안의 3개사 주문량이 70만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A사는 공장가동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고 인력을 보강해 대응하고 있다. 설 연휴에도 휴일없이 작업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시간과 인력이 모자라는 것도 문제지만 카드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이에 맞는 공(空)카드(카드정보가 들어가기 전의 빈 카드) 를 제때 준비하는 것도 문제다.
A사 관계자는 “카드 종류만도 100가지"라며 "고객들이 선호하는 카드의 공카드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정보유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고객들의 카드 재발급 요구를 차질없이 수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금감원도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공카드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양한 공카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제작업체 B사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주문량이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작업 시간을 늘려 자정까지 기계를 돌리고 있다.
B사 관계자는 “ 평소보다 주문량이 5배 정도 늘어났다”라며 “작업시간을 늘려 최대한 주문량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는 배송지연. 밤새워 새 카드를 만든다고 해도 설 대목을 맞아 택배 물량이 몰리면서 카드 발송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에서도 찾아갈 수 있지만 등기로 받게 되면 아무래도 더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7일 이내 재발급,발송되지만 주문 폭주와 공카드 공급부족, 설 대목까지 겹칠 경우 그 기간이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 앞두고 "카드 써야 되는데..." 고객들 발만 '동동'
이처럼 카드 재발급 대란이 예상되면서 고객들의 불편은 가중될 전망이다.
카드 재발급을 신청하러 은행을 찾은 직장인 김 모(34)씨는 “믿고 오래 거래해 온 은행이라 갑자기 다른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발급받기도 쉽지 않다”라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주부 이 모(58)씨는 “불편해도 불안한 것보다는 정지시키는 게 마음이 편하다. 요새 이상한 문자가 오면 다 카드 유출 때문인 것 같다”고 불안한 것보다는 불편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고객 불편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NH농협카드는 “전에는 5일 이내였지만 현재는 7일 이내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작 업체도 늘리는 등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도 "물리적으로는 카드 공급량에 한계가 있지만 불편함이 없도록 다방면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