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는 22일 전모 검사를 공갈과 변호사법위반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사검사와 에이미의 '잘못된 만남'
문제가 된 전 검사와 방송인 에이미와의 관계는 지난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이미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사실이 강원경찰에 적발됐고 당시 춘천지검 소속으로 사건을 송치받은 전 검사는 에이미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에이미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선처를 호소하는 에이미 측의 요청을 감안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고, 에이미는 기소된지 한달여 만에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석방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 검사는 자신이 구속기소했던 에이미로부터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된다.
자신이 성형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이 심각한데 성형수술을 한 병원측에서 제대로 조치를 안해준다는 하소연이었다.
이 때부터 전 검사는 문제의 성형외과 병원장인 최모씨를 찾아가 재수술과 보상비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재수술 안해주면 병원문을 닫게 하겠다" 협박문자도
전 검사는 연락을 받은 뒤부터 이듬해인 2013년 3월까지 주말마다 에이미를 대동하고 최 원장의 병원을 4~5차례 찾아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 원장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던 에이미에 대한 수술을 한사코 꺼려하자 전 검사의 요구는 선을 넘기 시작했다.
"재수술을 해 주면 다른 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압수수색 등의 방법으로 병원문을 닫게 하겠다"며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한 것.
당시 최 원장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과 관련해 검찰 내사를 받고 있던 상황을 악용한 것이다.
결국 최 원장은 에이미에게 3회에 걸쳐 700만원 상당의 무료 성형수술을 해주고 보상금 명목으로 2250만원을 전 검사를 통해 전달했다.
검찰은 최 원장이 요구를 들어주기는 했지만 전 검사가 문자메시지에 제안한대로 최 원장의 내사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전 검사는 해결사 역할뿐만 아니라 에이미에게 1억원의 거액을 조건없이 선뜻 주면서 후견인 역할까지 자처하기도 했다.
마이너스 통장, 담보 대출, 카드론까지 동원해가며 만들어낸 1억원이었다.
◈해결사 검사가 된 이유는? 연민에서 발전한 연정?
사건의 정황이 공개되면서 무엇때문에 현직 검사가 이처럼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전 검사를 조사한 대검 감찰본부 측에서는 전 검사의 납득못할 행동의 이유로 "전 검사가 에이미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가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이미는 21일 JTBC와 인터뷰에서 "저를 조사하기 전에 어떤 분이 조사과정에 돌아가셨어요. 검사님 앞에 유서를 남기고 그랬기 때문에 그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라고 증언했다.
대검 감찰본부측도 전 검사가 앞선 사건의 영향으로 동정심에서 에이미를 돕겠다고 결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검 감찰본부 관계자는 " 전 검사가 자신이 구속수사를 강행하면서 연예인 생활을 망친게 아닌가 연민의 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민의 정에서 시작된 만남이 계속되면서 동정은 '연정'으로 바뀌게 됐다.
◈금지된 만남의 혹독한 댓가
전 검사는 감찰 수사에서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검사 경력이 망가지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에이미를 돕기로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연민의 정'에서 시작된 '부적절한 처신'의 댓가는 혹독했다.
전 검사는 66년 검찰사상 공갈 혐의로 구속기소된 첫 현직검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고, 검사로서 쌓아온 경력과 미래를 모두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