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선수 출신들이 썰매 종목 중 하나인 봅슬레이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2월 7~23일) 출전자 명단에서도 육상에서 봅슬레이로 전환한 선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에서 호흡을 맞추는 김선옥(34, 서울연맹)-신미화(20, 삼육대)는 과거 육상선수로 활약했다. ‘파일럿’을 맡은 김선옥은 육상 단거리 선수였고, ‘브레이크맨’ 신미화는 창던지기 선수로 활동했다. 한국 여자 봅슬레이 선수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치 올림픽 참가자 중에는 세계적인 육상스타도 눈에 띈다. 여자 육상 스프린터로 명성을 쌓은 롤로 존스(32)와 로린 윌리엄스(31)는 6명으로 이뤄진 미국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모두 브레이크맨 역할을 맡고 있다.
여자 60m 허들 미국기록 보유자인 존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100m 허들에서 4위에 올랐고, 윌리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400m 계주 금메달리스트다. 2012년, 나란히 봅슬레이로 전향한 둘은 월드컵에서 수 차례 메달을 따내는 등 새 종목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렇다면 봅슬레이 종목에서는 왜 육상선수 출신이 두각을 나타낼까?
봅슬레이 같은 경우, 스타트 능력이 경기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1500m 길이의 얼음 트랙을 최고 시속 150km 속도로 달려야 하는 봅슬레이는 스타트 구간에서 0.1초를 단축하면 전체 기록이 평균 0.3초 줄어든다.
우리나라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들이 지난 3년간 몸무게를 20kg 이상씩 불린 것도 출발할 때 썰매를 미는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체중 증량으로 스타트 기록이 0.2초씩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육상 종목을 담당하는 성봉주 박사는 “봅슬레이는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 주로에 진입한 후 주행속도는 비슷하기 때문에 스타트 구간에서 썰매를 빠른 속도로 밀고 나가는 스타트 능력에 따라 기록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성봉주 박사는 “스타트할 때 잘 달리는 선수는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주로에 들어설 수 있다. 육상선수는 기본적으로 파워와 스피드가 좋아서 스타트에 이점이 있고, 그만큼 봅슬레이에서 좋은 기록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육상은 모든 종목의 기본이 되는 기초종목이기 때문에 다른 종목으로 전환하기 용이하다. 현재 국내 육상선수의 경기력은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지만 타 종목으로 전향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투자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