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노동장관인 차렘 유밤룽은 21일(현지시간) 방콕 일대에서 비상사태의 효력이 다음날부터 개시돼 60일간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군경의 수색, 체포, 구금 권한이 확대되며 사법부와 입법부의 감독권을 제한하게 된다. 태국 정부는 아직 비상사태의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로써 당국이 경찰을 통해 집회, 시위금지, 통금 등을 시행할 수 있는 국내보안법(ISA)을 지난달 25일 선포한 이래 방콕 일대의 치안이 더 삼엄해질 전망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태국 국가안보위원회(NSC), 국방부, 육·해·공군 지도자 등은 비상사태를 선포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가 집회를 2주째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19일에는 시위대가 점거한 교차로에서 수류탄이 터지면서 28명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인명피해가 늘면서 결국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잉락 친나왓 총리는 신설한 평화·질서유지센터를 통해 "늘 말해온 대로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상황을 다룰 것이며, 먼저 협상의 원칙을 적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즉각 반발했다.
시위대를 이끄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정부가 뭐라고 경고하더라도 우리는 해낼 것"이라며 "정부가 길을 막는다면 그 길로 행진할 것이며 밤에 확성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면 24시간 동안 모든 장소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반정부 진영의 이번 집회는 작년 11월 정부가 현 집권 세력의 거두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복권을 추진하다 야권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반정부 시위대는 잉락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며 여권 지지층 및 경찰과 충돌, 지난해 11월부터 1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총리는 갈등이 커지자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달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으나, 시위대는 이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성공한 쿠데타만 11건에 이를 정도로 고질적 정치 불안을 겪어 왔다.
탁신 전 총리 측은 서민층과 태국 북부에서 인기가 많지만, 시위대 쪽은 상류층과 군부, 남부 지역 등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