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성'보다는 '마녀사냥식 세몰이'가 압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임순혜 위원이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고 적힌 종이 피켓 사진을 리트윗 한 것이다.
이후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 보수세력은 이 문제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적극 문제제기 했고 여러 언론들도 이를 기사화하면서 임 위원에 대한 비판여론은 급속히 확산됐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해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세일즈하는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임순혜 위원은 스스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임 위원이 리트윗한 시위피켓 사진을 공개하며 "이 정도면 막말 정도가 아니라 저주의 주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임순혜 위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리트윗을 올린 것은 실수였지만 사진 밑에 첨부된 글은 내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사진 내용을 확인한 뒤 바로 삭제했다"면서 "불편하게 생각하신 분들에게는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특히 "내가 보도교양방송특위에서 종편들의 도를 넘는 편파보도를 잇따라 문제 삼자 이 기회에 나를 쫓아내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임순혜 위원은 시민단체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위에서 활동하는 '공인'인만큼 비록 사과했지만 그의 처신은 신중치 못한 것이었으며 이에 따른 여론의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순혜 논란'에 대한 보수의 자세…군사작전처럼 조직적
'사진 리트윗 논란'을 대하는 일부 보수세력의 대응은 마치 군사적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매우 조직적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진 리트윗 논란'은 지난 20일부터 본격적으로 SNS상에서 퍼지면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하루 지난 21일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오후에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등 보수 성향의 논객들이 어버이연합 등과 함께 서울 목동 방통심의위 건물 앞에서 '임순혜 위원 규탄 집회'를 열었다.
보수대연합은 "막말 저주녀 임순혜는 즉각 사퇴하고 대한민국을 떠나라!"라는 제목의 성명도 발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곧바로 홈페이지를 통해 임순혜 위원에 대해 해촉동의를 발의한 사실을 알렸다.
해촉동의는 박만 위원장이 발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임순혜 위원에 대한 해촉 여부는 23일 오후 결정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임 위원에게 공식적인 통보는 없었으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임 위원이 요청한 '소명 기회'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사진 리트윗 논란'은 임 위원에 대한 '해촉'을 목표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임 위원에 대한 일부 보수세력의 비판이 '마녀사냥'을 연상시킬 정도로 극단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날 목동 방통심의위 건물 앞에서 진행된 보수대연합의 규탄집회에서는 임 위원 인형을 불에 태우는 화형식까지 거행돼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개같은 X 임순혜', '너나 급사해라 이 쌍X아!'처럼 원색적인 비속어가 적힌 시위도구들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아무튼 특정인의 모델을 불태우는 화형식은 21세기에 어울리는 비판의 형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 부활한 일련의 화형식 행사는 우리 사회의 '일부'가 아직 중세말과 같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촛불인권연대 한웅 변호사도 "단순히 리트윗한 것 가지고는 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명확한 의사표현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때문에 특위 의원의 자격까지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굳이 문제를 삼는다면 임 위원의 리트윗 실수보다는 과거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가원수를 모독한 연극 '환생경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자유와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도 임순혜 위원에 대한 해촉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공동대책위는 이날 '방통위 박만 위원장은 임 위원 해촉 동의안 상정을 철회하라'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냈다.
공동대책위는 "임 위원 본인이 직접 사진을 찍고 문구를 올렸다면 십분 지탄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에 크게 문제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심의를 줄곧 주장해온 임 위원에 대해 해촉에 대한 법적 조항도 없는 애매한 상황을 악용한 개인적 보복차원이 아닌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