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만이 던질 수 있는 농담이었다. 세계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의 그랜드슬램 연속 준결승 진출 기록을 '14'에서 막은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의 첫 멘트였다. 하지만 그 농담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바브링카였기에 가능했다.
세계랭킹 8위 바브링카는 21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파크 테니스장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9일째 남자 단식 8강에서 조코비치를 3-2(2-6 6-4 6-2 3-6 9-7)로 격파했다. 여자부에서 이미 1위 세레나 윌리엄스(미국), 3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탈락한 상황. 남자부에서는 사실상 첫 이변이 연출됐다.
바브링카는 이미 몇 차례 조코비치를 잡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호주오픈 16강에서도 조코비치를 상대로 5시간2분 접전을 펼쳤지만 2-3으로 패했다. 또 US오픈 4강에서도 만나 5세트까지 가서 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3시간39분, 5세트 접전 끝에 조코비치를 잡았다. 상대 전적 14연패도 끊었다.
바브링카는 "당신이 페더러, 라파엘 나달(스페인), 조코비치, 앤디 머레이(영국)이 아니라면 많은 우승을 거머쥐기 힘들다. 언제나 진다"면서 "하지만 패배 후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돌아가서 연습을 더 하면 된다. 단순한 문제"라고 말했다.
바브링카의 말대로 조코비치를 상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5세트에서 바브링카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조코비치는 실책을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바브링카는 "(두 번째 브레이크 상황에서) 찬스가 왔다고 느꼈다. 공격적으로 했고, 밀어붙였다. 5세트 중반부터 근육에 경련이 오는 등 정말 힘든 경기였다"면서 "그동안 조코비치는 5세트, 그리고 나에 대한 해답을 잘 찾아냈다. 나보다 좋은 선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패배로 조코비치는 여러 가지 기록이 깨졌다. 가장 먼저 호주오픈 4연패에 실패했고, 지난해부터 이어온 연승 행진도 '28'에서 멈췄다. 특히 2012년 나달과 호주오픈 결승(5시간53분), 지난해 바브링카와 16강(5시간2분) 등 장시간 접전에서 좀처럼 패하지 않았던 조코비치이기에 아쉬움도 컸다.
조코비치는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날이다. 언제나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 가지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라면서 "다시 만나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 스포츠는 전쟁이기에 둘 중 하나는 질 수밖에 없다. 바브링카가 더 좋은 선수였다. 계속 올라가 우승을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