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해야 되겠지만 또 그렇게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말 그대로 북한이 변화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북한으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남쪽에 상호 비방중상 중지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 등 중대제안을 하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변화는 핵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말하고 있지만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고, 따라서 무엇보다도 북한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데서 알 수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말은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도 인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북한 핵문제에 연계시킨 셈이다.
이는 한.미.일 공조와 중국의 협조를 얻어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이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장성택 처형 외에 특별히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환경에서 북핵 문제를 다시 꺼내든 이유가 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없는 상태여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원론적 언급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평화통일 기반조성'의 연장선 차원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외 순방중에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연거푸 하는 게 남북관계를 푸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비판도 있다. 북한을 변화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인도 방문중에도 북한의 중대제안을 대남 선전공세로 일축하면서 이러한 선전 공세를 할 때 일수록, 더욱 대남도발 등에 철저히 대비하는 철통같은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 핵 등에 대한 발언은) 미국.중국과의 충분한 대화와 협조속에서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