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 "미군기지 이전강행"…나고시 "용인불가"(종합)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놓고 중앙정부-현지주민 갈등 재점화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주일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아베 정권과 이전 대상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 공군 후텐마(普天間) 기지를 오키나와현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는데 반대하며 19일 나고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이나미네 스스무(68·稻嶺進) 현 시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헤노코의 바다에도 육지에도 기지를 만들 수 없다는 신념을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미네 시장은 또 "(중앙 정부의) 이전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자신의 승리 요인에 대해 "(헤노코로의 기지이전을 추진하는) 정부의 공갈적인 방식이 시민의 반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기지 이전과 관련한 "나고시장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고 잘라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어 기지 이전을 위한 헤노코 연안 매립은 "오키나와현의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지사의 승인을 받고 있다"고 소개하고, "지장은 생기지 않는다"며 "법적절차에 따라 담담하게 이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도 나고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기지이전 문제에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후텐마의 위험성 제거를 위해 현재의 기지 이전 방안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기지이전 강행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군기지의 '오키나와 현내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아베 정권 대(對) 오키나와현'에서 '아베 정권 대 나고시'로 대진표만 바뀐 채 계속되게 됐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현외이전'을 요구해온 나카이마 오키나와현 지사는 지난해 12월27일 아베 정권의 강력한 오키나와 지원 방침을 높이 평가하며, 나고시 헤노코 연안으로 기지를 이전하기 위한 정부의 연안 매립신청을 승인했다.

이를 계기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미일간 합의로부터 17년 만에 돌파구가 마련되는 듯했지만 나고시장 선거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현직 시장이 재선되면서 아베 정권은 오키나와 주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한편 교도통신의 전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고시로의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한 투표자는 65.4%에 달했고, 그들 중 91.5%가 이나미네 시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지이전에 대한 민심이 선거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었다.

이나미네 시장 지지자들은 선거결과에 환호성을 터트렸지만 반대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나가 구미코(翁長久美子) 나고시 시의원은 "시민들은 돈에 마음을 팔지 않았다"며 자민당이 막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상대후보를 도왔음에도 이나미네 시장이 승리한 데 대해 감격해 했다.

반면 패배한 스에마쓰 분신(末松文信) 후보를 지지한 시민들은 "경제를 생각하면 미군기지는 필요하다", "기지와 관련한 중앙정부 교부금을 받지 않으면 오키나와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등 우려를 표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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