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 나간 일반적인 반응은 좋든 싫든 둘 중 하나다. 긍정도 부정도 아니라면 상대방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의 뇌 과학자 폴 왈렌 교수는 "뇌의 편도체는 0.017초만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 여부를 판단한다"고 했다. 첫인상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그만큼 짧다는 거다. 그 첫인상을 바꾸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최소 40시간 이상이나 60번을 만나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구인ㆍ구직 사이트 잡코리아가 2년 전 남녀 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4.4%가 "첫인상은 끝까지 유지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번 만들어진 첫인상이 바뀌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첫눈에 반하게 만들어라
브랜드의 첫인상 형성과정도 사람과 비슷하다.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는 시점에 그 브랜드의 긍정적인 연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브랜드는 실패할 확률이 크다.
브랜드에 장단점이 있다면 반드시 장점이 단점보다 먼저 구축돼야 한다. 사회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가 1946년에 실시한 실험을 보자. 실험에서 애쉬는 두 부류의 실험 참가자에게 어떤 사람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순서만 다르게 제공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추측해보도록 했다.
A조건의 실험 참여자들에게는 '지적이다, 부지런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고집이 세다, 질투심이 강하다'의 순서로 정보를 제시했다. 반면 B조건의 실험 참가자에게는 '질투심이 강하다, 고집이 세다, 비판적이다, 충동적이다, 부지런하다, 지적이다'는 식으로 정보제공 순서를 바꿨다.
제공된 정보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실험 참가자들은 동일한 인상을 가졌어야 한다. 그러나 A조건에서 형성된 인상이 B조건보다 훨씬 호의적이었다. 사람에 대한 특성이 어떤 특성 뒤에(혹은 앞에) 제시됐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 거다. '지적이다'는 특성이 먼저 제시된 A조건에서는 '조금은 충동적이고 고집이 세지만 천재들이 다 그렇지 않은가'라는 식으로 해석한 반면, '지적이다'가 나중에 제시된 B조건에서는 교만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해석됐다. 이와 비슷한 실험은 더 많다.
과거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이 모델이 지금은 한국GM의 '쉐보레 크루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문제는 라세티 프리미어를 구매한 사람들이 그 차의 로고ㆍ휠 등을 쉐보레로 튜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다. 왜 사람들은 새로 막 구매한 차를 쉐보레로 튜닝했을까.
라세티 프리미어에 대한 정보의 순서가 '동급최고 크루즈 컨트롤' '고급스런 준중형' '합리적인 가격' '효율적 연비' 'GM 대우'였다고 가정해보자. 이처럼 긍정적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를 통합했다면 동일한 자동차를 굳이 쉐보레로 튜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쉐보레로 튜닝한 사람들은 아마 GM 대우라는 속성 정보가 먼저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제공될 정보를 신중하게 잘 선택해야 하고, 선택된 정보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기억을 재구성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랜드를 첫눈에 반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