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인 워싱턴DC에 접한 버지니아주가 동해를 함께 적기로 결정하면 그 상징성이 큰데다 미국 전역에서 사용하는 지도책에 동해가 표기되는 등의 파급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이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 등이 전망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주미 한국 대사관과 사단법인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상원은 21일 리치먼드 소재 의회 의사당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데이브 마스덴(민주)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표결에 부친다.
법안은 버지니아주 상원 교육보건위원회가 이 지역 공립학교 교과서에 '일본해'(Sea of Japan)와 함께 '동해'를 함께 적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지난 13일 상원 교육위 공립교육소위를 찬성 6표,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통과한 데 이어 16일 상임위인 교육위도 찬성 9표, 반대 4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뿐하게 가결처리됐다.
상원 절차는 전체회의 표결만 남은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전체 의석 40명(현원 38명)인 상원에서는 10표만 더 확보하면 되는데다 이 법안이 애초 초당적으로 발의됐기 때문에 무난하게 최종 관문을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여야 동수가 나오면 상원의장인 부지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데 현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이어서 찬성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법안이 의회를 최종적으로 통과하려면 총 의석수가 100명인 하원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게 한인단체 등의 분석이다.
버지니아주 하원은 공화당 소속이 67명으로 다수당이다.
게다가 주미 일본 대사관 측이 동해 병기를 저지하기 위해 고용한 대형 로펌인 '맥과이어 우즈 컨설팅' 등이 상원은 포기하고 하원을 상대로 집중 로비를 펼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우리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주 한인의 목소리'의 피터 김 회장은 "일본 측이 '지명 선정 권한이 있는 국제수로기구(IHO)가 이미 일본해 명칭을 선택했고, 미국 정부는 단일지명 원칙을 고수한다'는 논리를 들어 하원의원을 집요하게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측은 하원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팀 휴고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안이 버지니아주 상·하원을 통과해 상·하원 조율 작업과 주지사 서명을 거쳐 최종 확정돼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한다.
테리 매콜리프 신임 버지니아 주지사도 지난해 말 주지사 선거 운동 기간에 동해 병기 법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국 수도권 한인단체들은 지난 주말에도 버지니아주 한인 밀집 지역인 애넌데일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에서 연방 정부건 주 정부건 법안이 현실화하려면 상·하원 상임위 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를 각각 거쳐야 하고 마지막으로 주지사나 대통령이 서명하는 등 7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이제 2개의 고비를 넘은 만큼 앞으로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버지니아주에서 동해 병기가 현실화하면 그 파급 효과는 적지 않다.
일단 이 운동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크고 지도를 제작하는 출판사가 특정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도를 별도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버지니아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동해를 병기한 지도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