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의 인권ㆍ민주주의ㆍ법치 담당 특사 콘스탄틴 돌고프는 18일(현지시간) 자국 검찰 및 법무부 대표들과 함께 미국이 조차 운영중인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군 수용소를 시찰한 뒤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대표단은 관타나모 수용소 시찰 과정에서 이 수용소에 수감중인 유일한 러시아인인 라빌 민가조프도 면담하고 뒤이어 워싱턴에서 미국 국무부, 국방부, 법무부 관계자들과 회담했다.
돌고프 특사는 이후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은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다수 성원들이 지지하고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 조속 폐쇄에 대한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거듭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그는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 역사의 수치스런 페이지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사법 정의가 심각하게 유린되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훼손되고 있는 장소"라고 주장했다.
돌고프는 이어 관타나모에 10년 이상 억류돼 있는 러시아인 민가조프의 조속한 석방은 러시아 정부의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라며 러시아는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가조프는 지난 2002년 파키스탄에서 미군에 체포된 뒤 관타나모로 옮겨져 수감생활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 혐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촉구해 왔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지난해 4월 벌어진 러시아와 미국 간 인권침해자 명단 공개 공방에서도 논란이 됐다.
미국이 2009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러시아인 인권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건에 연루된 러시아 인사들이 포함된 제재 명단을 발표하자 러시아도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부당대우와 러시아인 인권 침해에 가담한 미국 인사들로 이루어진 제재 명단을 공개했다.
관타나모 명단에는 전(前) 관타나모 수용소 관할 공군기지 사령관 등 수용소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과 장기 억류를 합법화하는데 가담한 인사들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