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문제가 된 뉴욕 퀸즈 플러싱 맥도날드 매장과 경쟁 관계인 버거킹, 던킨도너츠 등의 매장에서는 '한국 노인 손님'으로 인한 갈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플러싱 지역의 많은 패스트푸드점 매장에서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면 '문화적 차이'나 '한국인에 대한 편견' 등이 이유라고 꼭집어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니 패스트푸드점 매장별로 조금씩 상황이 달랐다.
이번 갈등의 파장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버거킹, 던킨도너츠 등 인근 패스트푸드점은 "한인 노인 손님들과 갈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버거킹의 경우 맥도날드와 취급하는 제품이 거의 비슷해 한인 노인 손님들이 많았는데도 유사한 갈등이 없다고 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두 업체의 매장 크기다. 논란이 된 맥도날드 매장이 30석 규모로 미국내 맥도날드 매장치고는 다소 좁은데 비해 버거킹 매장은 60∼70석 규모로 맥도날드에 비해 2배 이상 컸다.
버거킹의 윌리엄 텅 부매니저는 "한국은 물론 중국의 노인 손님들이 최소 2시간 이상씩 앉아 커피를 마시며 얘기하다가 가지만 우리 매장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몰려든 고등학생들은 시끄러운 경우가 많아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노인들은 소란 등 말썽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크기도 컸지만 운영방식도 확연히 달랐다.
매장 내 눈에 잘 띄는 장소에 한국어, 중국어, 영어 3개 언어로 '소식판'을 만들어 세워두고 있었다. 매장에 들른 손님들은 3개 국어로 된 소식판을 통해 '사람구함', '집구함', '월세구함' 등 각종 생활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아시아계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한 영업방식이다.
버거킹과 맥도날드 매장은 직원 구성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버거킹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대부분 아시아계였다. 아시아계 손님들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였다.
이에 비해 맥도날드에서는 아시아계 직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갈등을 인종적 갈등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의 특성과 다소 동떨어진 직원 구성이었다.
다만 맥도날드는 최근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듯 "음식을 20분 내에 먹어야 한다"는 안내문을 없앴다. 눈으로 찾아 확인하려 했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근 던킨도너츠도 한인 노인 손님과의 갈등은 없다고 했다. 매니저 섀미는 "우리 매장에는 아시아계 손님들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맥도날드 논란에 대해 18일(현지시간) 현장 부근에서 만난 한인 노인들의 생각은 갈렸다.
갈등을 일으킨 맥도날드의 태도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고, 한국 손님들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지나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신경수(95)씨는 "맥도날드가 분명히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과 고등학생들이 몰려올 때면 자주 쫓아낸다고 했다. 특히 신씨는 "경찰까지 부르는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황동수(74)씨는 "이번 문제는 노인문제라는 사회적 현상이지 맥도날드라는 업체를 비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나 공공단체, 교계 등이 나서서 노인문제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씨는 "한국 노인들이 한 곳에 몰려들어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도 지나치다. 지역주민의 90%가 한국인이 아닌데 죽치고 앉은 손님의 90%가 한국인이라면 말이 되겠는가"라며 "애꿎은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벌일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