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개헌 98% 지지 통과…엘시시 대권 도전 유력

투표율은 38.6%…무르시 지지 세력 "투표율 20% 못 미칠 것" 주장

이집트 군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한 새 헌법 초안이 국민 투표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이집트 현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이번 개헌안 통과를 계기로 대권 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 최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4∼15일 치러진 국민 투표에서 98%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고 18일 밝혔다.

이집트 최고선관위 위원장 나빌 살리브는 이날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전체 유권자가 5천300만여 명인 이번 투표에서 참여율은 38.6%로 공식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살리브 위원장은 "(다른 국민투표와 비교해) 비길 데 없는 성공이자 예상치 못한 투표율"이라고 말했다.

찬성률과 투표율이 발표되자 회견장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고 이집트 국영TV가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군부에 축출당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쿠데타 세력은 자체 집계 결과 투표율이 20%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새 헌법은 투표율에 상관없이 전체 투표 참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무르시 축출 사태 이후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첫 이정표 역할을 할 이번 투표율과 찬성률은 군부 최고 수장인 엘시시 국방장관의 지지도로 인식돼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매우 높은 찬성률을 기록한 것으로 선관위가 발표하면서 엘시시 국방장관의 올해 대선 출마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12년 당시 치러진 개헌 투표에서는 63.8%의 찬성률에 32.8% 투표율로 헌법이 통과된 바 있다.

이번 새 헌법이 통과되면 이집트 과도정부는 올해 중순 이전에 총선과 대선을 각각 치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 3월께 대선이 총선보다 먼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새 헌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무르시 지지 세력은 전날에도 전역에서 새 헌법과 군부를 비판하는 거리 시위를 벌였고 진압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최소 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새 헌법은 군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이슬람 색채를 약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민단체, 이슬람 세력의 강한 반발을 샀다.

특히 개헌안에는 군사시설이나 군인을 향해 폭력행위를 행사한 경우 민간인도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시위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군 예산에 대한 민간의 감시도 사실상 받지 않게 된다.

또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둔 정당은 결성할 수 없으며 이집트 최고 이슬람 기관인 알아즈하르의 역할도 새 헌법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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