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총리는 CBS와의 통화에서 "선출직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봉사하며 지내고 싶다. 새누리당에서도 공식 출마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서울시장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그러면서도 "다만 내가 나설 상황인지는 당에서 요청이 온다면 고민해볼 것"이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명박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처지에서, 새누리당이 출마를 요청한다면 거절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김 전 총리는 출마를 최종 결정하더라도, 추대받는 게 아니라 경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는 모든 것을 원칙적으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항간에 내가 무슨 추대를 바라고 미국에 다니면서 시간 끌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만에 하나라도 내가 여당에서 제일 경쟁력 있는 후보로서 나서야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렇게 특별취급이나 받는 것은 내 생각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현재까지 이혜훈 최고위원 한명 뿐이다. 정몽준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은 김 전 총리의 입장표명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경선 흥행이나 유력후보군 확충 차원에서 김 전 총리 영입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중앙당 차원에서 아직 영입 여부 등을 논의하거나 방침을 정한 것은 없다. 출마 의사가 없는 분에게 접촉하면 '전략 공천' 논란을 살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전 총리가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상황이 바뀐 만큼, 영입 절차에 들어갈 명분이 생겼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특히 '경선 수용' 의사에 대해 "역시 평소 원칙에 충실한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김 전 총리를 치하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총리 본인이 출마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당연히 당에서 접촉을 하리라고 본다. 김 전 총리는 강력한 서울시장 후보군에 든다"고 반겼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 소속됐던 김 전 총리를 '친이계'로 간주하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지금 친이·친박 계파가 어디 있느냐, 김 전 총리도 얼마든지 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