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신림면의 종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데 이어 의심신고가 들어온 부안 줄포면의 육용오리 농가의 바이러스도 고병원성이 될 가능성이 커지자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겨울철새의 비행경로가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고창 오리농가와 부안 농가 모두 군산 하구둑∼부안 줄포만∼고창 동림저수지 등으로 이어지는 전북도내 겨울 철새의 주요 비행경로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들 농가와 인접한 동림저수지에서 17일 가창오리 1천여마리가 떼죽음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이들 3곳의 역학관계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I가 최초 발생한 고창 오리농가 위로 지난 6∼7일 가창오리가 떼가 수차례 무리지어 날아다닌 것으로 목격된 가운데 방역당국은 고창 오리농장과 부안 오리농장, 동림저수지에서 떼죽음한 가창오리간의 역학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따라서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되면 가창오리가 이번 AI 발병의 원인으로 밝혀질 공산이 크다.
전북대의 한 조류분야 교수도 "저수지와 오리농가가 10㎞거리에 불과한 점, 그리고 2010년에도 철새에 의해 AI가 발생한 점으로 볼 때 이번 가창오리 떼죽음 건도 철새 사이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방역당국과 전북도도 이 같은 점을 깊이 인식하고 겨울철새 이동경로 주변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서해안 철새이동 경로로 알려진 군산, 고창, 부안 등 3개 시군에는 닭 140여 농가(738만여마리), 오리 180여 농가(152만여마리)가 밀집돼 자칫 방역망이 뚫려 AI바이러스가 확산하면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가창오리가 떼죽음한 동림저수지가 있는 고창군에는 오리와 닭을 기르는 대규모 농가가 특히 많아 방역당국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해안 철새루트내의 가금류 농가에 대한 선제적인 예방방역이 시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겨울철새는 여름철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한 후 추위를 피해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남하한다. 대개 11월부터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물과 먹이가 있는 해안선이나 주요 저수지를 찾아 이동한다.
충남에서 전북도내로 들어오면 보통 금강하구둑∼부안 줄포만∼고창 동림저수지를 따라 이동하며 전남 해남까지 내려간다.
전북도의 한 방역 전문가는 "고창과 부안 건을 볼때 일단 도내 철새이동 경로 주변농가의 전염 우려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부분에 맞춰 방역계획 등을 다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