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재원 (위더스필름 대표)
◆ 최재원>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이 방송 첫 출연이시라고요?
◆ 최재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사실은 저희도 오늘 모시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거든요. 왜 이렇게 안 나오셨어요?
◆ 최재원> 물론 영화를 저희가 만들기는 했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놓은 게 비단 저희들만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나서서 얘기한다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겠다는 마음 정도라서 굳이 말씀드릴 생각을 안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말하자면 뭔가 나서서 발언을 하면 할수록 영화의 해석이 왜곡될까 하는 염려도 있고.
◆ 최재원> 그렇습니다. 어차피 영화기 때문에. 영화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 건 관객들의 몫이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를 일종의 강변하는 느낌 같은 것들이 썩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좀 했고요.
◇ 김현정> 그래서. 참고참고 참으시다가 이제 천 만 정도 봤으니까 이제는 좀 얘기를 해도 되겠다 해서 나오셨어요. 사실은 꿈의 숫자죠, 영화인들에게 천 만 관객... 천 만 관객 앞두고 있는 심정은 어떠십니까?
◆ 최재원> 솔직히 천 만은 해본 적이 없어서. 실감이 잘 안 나고요.
◇ 김현정> 현실 같지 않으시군요 그러니까.
◆ 최재원> 그렇습니다.
◇ 김현정> 혹시 아직 못 보신 분이 계실지 모르니까 제가 잠깐 내용을 소개하자면 주인공이 조작된 빨갱이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그저 사회과학서적 읽고 야학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량한 돼지국밥집 아들인데 그 아들이 80년대 조작된 용공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송강호 씨가 변호인으로 분해서 그 대학생을 변호하는 과정, 그 처절한 과정을 그린 건데. 저는 솔직히 보면서 좀 아팠어요, 많이 아팠어요. 고문장면에서는 먹먹하고 제가 고문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데,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영화관으로 불러들이는 걸까. 대표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최재원>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지금 사는 모습을 한번 돌아보는 계기들로 관람해 주고 계신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의 현실, 내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그런데 이 내용이 처음부터 영화용 시나리오는 아니었다면서요? 웹툰을 생각하면서 쓴 시나리오였다 이런 얘기를 제가 들은 것 같은데...
◆ 최재원> 영화가 쉽지 않겠다는 판단을 했고 그래서 일단 독자적으로 웹툰을 준비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런 시기에 일단 저도 그걸 보게 돼서 영화를 하자라고 제안을 하게 됐죠.
◇ 김현정> 어떻게 이걸 영화화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셨어요, 대표님. 결국 이게 웹툰이 될 뻔한 걸 영화로 돌린 게 최재원 대표인데.
◆ 최재원> 약간 운명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이걸 봤는데, 이걸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 김현정> 그게 무슨 이유였을까요? 뭘까요, 그냥 운명입니까?
◆ 최재원> 저 역시도 80년대 학번이니까. 그때는 분명히 청년이었는데 이제 부모님 세대가 돼서 그때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나니까 그 사이에 나는 뭐했지라는 부채의식 같은 것들. 이런 얘기는 어쩌면 한번 양쪽세대가 얘기할 수 있는 좋은 모티브가 될 것 같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하지만 이게 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거라 이념논쟁, 정치논쟁 이런 데 휘말릴까 봐 걱정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 최재원> 그럼요.
◇ 김현정> 이런 내용이라면 투자자를 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서요.
◆ 최재원> 투자가 편하기 위해서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간다고 치니까 얘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성립이 안 되고요. 이런 내용에 동의하는 자본을 구해보겠다고 생각을 해서 저예산 영화로라도 만들 생각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정 안 구해지면 나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어서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겠다라는 생각까지도. 정말 만들고 싶으셨군요, 최 대표님.
◆ 최재원> 사실 이게 개인적 의지가 좀 있었습니다. 진짜 만들고 싶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온 또 하나의 것이... 이번에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송강호 씨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사실은 이런 정치, 이념 이런 것이 들어간 영화는 배우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제가 들었어요. 왜냐하면 배우에게 그런 색깔이 씌워질까 봐 톱배우들은 좀 꺼려한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송강호 씨는 어땠습니까?
◆ 최재원> 사실은 그전에 많은 영화들을 찍고 왔던 친구라 약간은 피곤함이 있을지 모르겠고 해서 이걸 정말로 송강호가 해 주면 너무너무 좋겠는데 친구니까 기꺼이 그 책을 받아줬고요.
◇ 김현정> 친구세요? 원래 아는 사이시군요?
◆ 최재원> 그렇습니다. 10년 전에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라는 영화를 할 때, 그때 저는 그 영화의 투자자였고요. 10년 된 친구이긴 합니다.
◇ 김현정> 그래서 시나리오를 건네는 것까지는 성공을 했는데. 건넸지만 조마조마하셨군요.
◆ 최재원> 조마조마했는데 진짜로 사흘 뒤에 직접 전화를 해서 , 해도 너무 좋은데 자기가 하기는 좀 어렵겠다라는 답을 들었고요.
◇ 김현정> 사흘 뒤에는 일단 거절부터 한 거군요, 송강호 씨가?
◆ 최재원>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에 갑자기 송강호 씨한테 아침에 전화가 왔어요. 그랬더니 “낮술 한잔 할 수 있겠나.” 그리고 그냥 술 한잔 놓고 앉았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시나리오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헤어졌죠.
◇ 김현정> 애를 태우면서 일단은 만남이 끝났군요?
◆ 최재원> 그 주 금요일날 아침에 갑자기 제 휴대전화로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 김현정> 누구의 문자?
◆ 최재원> 송강호가 직접 저한테 문자를 보내 왔는데.
◇ 김현정> 뭐라고요?
◆ 최재원> 좋은 작품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연기할게, 이런 두 줄의 문자가 들어왔죠. 지금 현재 변호인을 만든 가장 큰 시작이 된 거죠.
◇ 김현정> 정말 운명이라는 말이 딱 맞네요. 아까 운명이라고 하셨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운명. 송강호라는 배우가 기대했던 것의 몇 퍼센트나 한 것 같으세요?
◆ 최재원> 이 영화을 찍으면서 송강호한테 내가 뭔가 기대했다고 하는 나의 생각이 참 멍청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최재원> 매번, 어떤 장면이나 어떤 씬이던 기대라고 했다고 하는 걸 무색하게 할 만큼... 언제나 그 이상의 것들. 그리고 생각하지 않았던 지점에 먼저 가 있고 그런 것들을 해냈던 거죠.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식의 노력을...
◆ 최재원> 법정용어 같은 경우는 사실은 평상시 쓰는 용어들이 아니잖아요. 법정 장면을 잘 찍기 위해서 보통 스태프들이 한 사흘 전쯤에 미리 가서 조명세팅을 합니다. 이 친구가 그때 스태프들 갈 때 같이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빈 세트에서 자기 혼자서 리허설을 하는 거예요.
◇ 김현정> 저는 온몸에 전율이 쫙 돋는데요.. 송강호 씨 얘기도 그렇고 그런 사람들을 하나하나 발굴하고 영화를 꾸려가는 최재원 대표의 노력도 그렇고. 대단한 분들입니다. 그나저나 최 대표님은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셨어요, 이 영화에서?
◆ 최재원> 밤새 책을 읽고 선배 변호사 집에 새벽에 쫓아가서 하는 얘기죠.
◇ 김현정> 송강호 씨가 잘 가던 돼지국밥집 아들이, 빨갱이 책을 읽고서 빨갱이로 지목돼서 잡혀갔다고 하는데 , 도대체 그 책이 뭐냐 해서 밤새도록 송강호 씨가 읽는 이 장면?
◆ 최재원> 읽고 나서 선배한테 가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는 얘기를 하죠. 그러고 나서 ‘할게요, 변호사’라고 얘기를 합니다. ‘이러면 안 되잖아요’라고 하는 게 상식에 대한 얘기고 상식이 잘못된 걸 제가 할게요라고 행동으로 옮기는 그 모티베이션이 되는 부분들. 보통 저희들이 어떤 상황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잘못했다고 인식을 할 수는 있지만 잘못했으니까 내가 한번 이렇게 할게요라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건 참 어려운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이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 장면이 아닌가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대표님. 그럼 장면 말고, 그러니까 연기자 중에는 이 연기자는 정말 송강호 씨 일단 빼고. 이 연기자는 시나리오 속의 그 사람이 되살아난 듯하다라고 느끼는 이런 배우가 혹시 또 있을까요?
◆ 최재원> 굳이 뽑자면 곽도원 씨.
◇ 김현정> 곽도원 씨. 그러니까 고문하는 나쁜 경찰.
◆ 최재원> 네 실제 굉장히 여린 친구입니다. 자기가 고문하는 씬을 찍고 나서 실제로 고문당한 역을 했던 임시완 씨는 편히 잠을 자도 고문하는 역을 했던 곽도원 씨는 거의 시름시름 앓았었거든요.
◇ 김현정> 고문하는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 최재원> 마음도 아프고 거기에서 오는 것 때문에 몸살이 날 정도로. 저게 무슨 신이 씌웠나라고 느낄 만큼 그렇게 표현을 해내기 시작했죠.
◇ 김현정> 정말 밉상이더라고요, 연기를 잘해서.
◆ 최재원> 영화 끝나고 나니까 그렇더라고요.
◇ 김현정> 오늘이 개봉 29일째. 천 만 돌파는 기정사실이 된 것 같고요. 관심사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갈 거냐 여기인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예상하세요?
◆ 최재원>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영화는 특히 천 만을 넘는 것만으로 이미 다른 영화들이 그 이상 한 것에 어떤 영향력 같은 것들이 충분히 있지 않았나 생각이 있고요. 지금의 결과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럼요, 물론 그렇습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천 만 돌파 도대체 언제 되는지, 조만간일 것 같은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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