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하면 꼭 거론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이다. 박연차 회장이 재계인사로는 이례적으로 형기 2년6개월을 단 하루 에누리도 없이 꽉 차게 감옥에서 살고 다음달 5일 출소한다고 한다.
그런데 박 회장은 출소직후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서 정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연차 회장, 왜 한국을 떠나려 하나”이런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우선 박연차 회장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
=박연차 회장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정관계로비 탈세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벌금 291억원의 최종 확정판결을 받고 지금까지 복역을 해왔다.
2008년 12월 구속됐던 박 회장은 2009년 11월 지병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됐다가 1년 7개월뒤인 2011년 6월 재수감돼 잔여 형기를 살아왔다.
박 회장은 그동안 경기도 화성의 직업훈련교도소에서 형기를 살아왔다. 이 곳은 지난 2009년 국내최초로 문을 연 전문 직업훈련교도소로 시설이 깨끗하고 재활을 목적으로 세워져서 흉악범들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한때 신장수술을 하는 등 서울대 병원 특실을 오갔던 박연차 회장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하다고 그 동안 옥중 결제를 받으러 다녀온 태광실업의 한 임원은 전했다.
가족과 회사직원 면회외에는 가급적 외부인의 면회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박 회장은 작년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형기의 3분의 2를 살고 모범수가 되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로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장관이 매우 이례적으로 가석방을 불허해 결국 다음달 5일 에누리 없는 만기출소를 하게 됐다.
지난 주 제가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박연차 회장이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 정착할 것이라는 얘기는 공교롭게도 베트남 교민사회로부터 나오고 있다.
베트남에는 박연차 회장이 일군 사업체가 4개가 있다. 나이키 신발을 주로 생산하는 공장들이다. 베트남 목바이, 동라이 빈화시에 있는 태광비나, 띤장성 등에 있는 공장에서 무려 4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호치민시내 중심부에서 약 40분 정도 가면 다이푹이라고 하는 조그만 섬에 만든 정산골프장이 작년 7월 문을 열고 영업이다. '정산'이라는 이름은 박연차 회장의 호를 따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교민들에 따르면 최근 이곳 골프장 직원들의 움직임이 매우 부산하다고 한다. 박회장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건설을 지시한 골프장은 완공된 후에는 당연히 방문을 해본 적이 없다. 최근 조경사업을 새로하고 코스 정비를 새로하는 등 박연차 회장의 정착에 앞서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골프장에서 20여분 떨어진 동라이성 연짝군에는 나이키 생산공장이 있다. 이 공장 주변으로 신도시 개발권을 박 회장이 수감되기전 베트남정부로부터 받았다가 그 동안 지지부진했는데 박 회장이 오면 본격적으로 신도시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태광실업 관계자들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봤다. 대체적으로 출소이후 박 회장의 거취자체가 거론되는데 대해서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 회장의 큰 사위인 이성원 변호사는 전화통화에서 “해외고 미팅중이라 귀국하면 연락하자”며 언급을 피했다. 박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도 수감후에는 관여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태광의 한 임원은 “일단 건강체크부터 하고 부산에 새로 인수한 정산인터내셔날 부산공장을 둘러본 뒤 박 회장이 가장 신경을 많이 써온 베트남 공장들을 둘러보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 간단히 말해서 정치의 비정함과 연민, 회한 , 배신감 등 복잡한 심경이 작용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른바 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잡자마자 그야말로 이 잡듯이 뒤진 것이 박연차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 아닌가?
박연차 회장의 검찰 진술로 우선 노무현 전대통령이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검찰 출두 23일 뒤 노무현 전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 자살했다.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 휴켐스 인수 로비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를 동원했다는 혐의에서부터 자녀의 해외 정착을 위해 자금을 빌려줬던 노 전 대통령 자녀들이 검찰에 수차례 불려가는 등 노무현 전대통령 가족들로서는 박 전 회장의 진술로 풍비박산이 난 셈이다.
또 박연차 리스트로 불리는 21명의 정치인, 기업인, 공무원 등이 전원 사법처리를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박연차 회장으로서는 그것이 정치보복이든 검찰의 강압수사든 자신의 진술로 전직대통령의 자살과 관련자들의 사법처리에 복잡한 심경이 작용해서 국내에 머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다.
또 한 가지가 있다.
▶ 어떤 것인가?
= 박연차 회장과 베트남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가 있기때문이다. 박 회장은 한 베트남 수교직후 아직 한국기업들이 별관심이 없던 94년 7월 호치민시 인근 비엔호아 공단에 현지법인을 설립, 지금은 4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베트남 최고의 신발수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신발수출로만 베트남 기업가운데는 수출 실적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베트남 경제에 차지하는 박 회장의 위상은 대단하다. 작년 박근혜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쯔엉 떤 상 베트남 국가주석은 박연차 회장과는 호형호제 할 정도로 매우 친할뿐더러 현재 장차관들과의 교분 관계는 상상이상으로 친하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박 회장은 독주를 꺼려하는 베트남 고위관료들과 회식할 때 한국식 폭탄주를 마시면 선물하나씩을 주는 방식으로 설득해 서너잔씩 마시게 함으로써 교분을 쌓은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어쨌든 현재 동남아시아의 맹주로 부각하고 있는 베트남은 박연차 전 회장과 신도시 개발 등을 통해 경제적 효과를 다시 한번 누리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박 회장은 일단 다음달 5일 출소후 베트남에 머물면서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관망하면서 재기를 모색하는 수서양단(首鼠兩端)의 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 수서양단이 뭔가?
= 수서양단(首鼠兩端)이란 구멍에서 쥐가 머리를 내밀고 나올까 말까 망설이는 형국을 일컫는 말이다. 사기(史記) '위기.무안후전(魏其.武安侯傳)'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흑백을 밝히지 않고 형세만 살피는 모양을 빗댄 것이다.
인생무상, 권불십년을 실감한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의 향후 입장이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닐까 해서 말씀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