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13일 오후 3시 40분쯤 서초구 양재동에서 사기 혐의로 박모(42) 씨를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 2004년 8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서울 서초·성동구, 경기 파주 등지를 돌며 총 30여 회에 거쳐 8명의 여성에게 결혼을 빙자해 4억 3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재벌 2세 또는 종합병원 의사 등의 행세를 하면서 수도권 각지를 돌며 이 같은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007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술집에서 A(당시 23세) 씨에게 접근해 "자신의 아버지가 100억원대 자산가인데 아버지가 사망한 뒤 유산 문제로 계모와 싸우고 있다"며 "소송이 끝나면 결혼식을 올릴 테니 변호사 비용을 빌려달라"고 꾀어 3년간 3억 3000여만 원을 뜯어냈다.
그해 4월 친구대행사이트에서 만난 B(당시 22세) 씨에게는 "경찰서에 친구가 잡혀있으니 합의금 좀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500만 원을 받아냈다.
3개월 뒤인 7월에는 의사를 사칭, C(당시 29세) 씨와 교제를 시작한 뒤 "지갑을 잃어버렸으니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며 450만 원 등 수차례에 걸쳐 3명으로부터 4000만 원을 가로챘다.
이외에도 박 씨는 종합병원 의사를 사칭, "병원 관계자들을 접대해야 하는데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피해 여성이 현금지급기에서 뽑아온 현금 100여만 원을 받아 달아나기도했다.
이들 피해 여성들은 회사원, 대학생, 유흥업소 직원 등으로 다양했는데, 박 씨가 고가의 명품 양복을 입고 조리있게 말을 해 의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07년 한 여성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낮에는 찜질방에 몸을 숨기고 밤에 술집 등 유흥업소를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 사기 행각을 이어왔다.
경찰은 신고된 8명 이외에도 신고하지 않은 피해 여성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