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권리위원회, 가톨릭 사제 성추행 청문회

교황의 바티칸 부패·비리 개혁작업 힘받을 듯

유엔 아동권리위원회(CRC)가 사상 처음으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관련해 교황청을 상대로 강도 높은 청문회를 실시했다.

이를 계기로 수십 년간 가톨릭의 기반을 뒤흔들어온 사제들의 성추행을 비롯 각종 부패와 비리를 바로 잡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이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 청사에서 교황청의 실바노 토마시 주교와 성추행 관련 조사를 10여년간 담당했던 몬시뇰 찰스 스치클루나 등 5명의 교황청 대표를 상대로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에 대해 그동안의 조사결과와 교황청이 제출한 보고서를 기초로 청문회를 벌였다.


교황청은 그동안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은 사건이 발생한 나라의 고유한 사법권에 속하는 것이라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해왔고 이는 사제들의 부적절한 행위를 감추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990년 유엔 아동협약에 조인한 교황청은 지난 1997년부터 4차례에 걸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들 보고서가 부실하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7월 1995년 이후 바티칸에 보고된 모든 성추행 사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교황청은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청문회에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성추행을 했던 사제나 수녀, 수사 등에 대해 어떤 법적 조치를 취했는지,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미성년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방치했는지, 피해자들의 침묵을 강요했는지, 성추문 사건 재발 방지대책 등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 대표들은 이런 행위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와 관계없는 별개의 사건이며 사법권을 가진 국가가 요청하지 않는 한 사제들의 종교적 원칙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교황청은 그러나 사제 선발 기준을 강화했으며 사제들이 적절한 처신을 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개정했다고 강조했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날 청문회와 보고서에 대한 검토작업을 거쳐 다음달 최종 결론을 내고 권고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 사항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가톨릭 교회의 성추문과 관련한 비리가 국제기구에 의해 명문화된다는 점에서 바티칸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OHCHR 관계자는 "유엔의 10여개 조약기구의 하나인 CRC는 청문회를 마친 뒤 CRC 위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이 참석하는 최종회의를 열어 권고안을 채택·발표한다"면서 "최종 결론은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권유 사항이다"고 말했다.

흔히 인권 관련 각종 위원회를 유엔 인권위로 통칭하지만 크게 보면 유엔헌장에 따라 설치된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인권위원회(COI) 등 각종 인권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는 경우와 유엔총회 결의에 따른 협약이나 조약에 의해 설치된 아동권리위원회와 같은 유엔 조약기구로 나눠볼 수 있다. 이들 위원회의 관련 사무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원한다.

한편 이에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교회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아동 성추행 등을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를 다룰 바티칸 위원회를 설치하고 희생자들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교회법을 개정해 아동 성추행을 포함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범죄의 정의도 포괄적으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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