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는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판매장려금을 얹으면서 스마트폰 유통시장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불법보조금을 쓴 이동통신 3사에 사상최대 액수인 1,000억원대 과징금을 물리면서 철퇴를 가했지만 무색할 지경이다.
◈ LG전자 최신 전략폰 Gx 보조금 100만원
CBS노컷뉴스가 최근 입수한 LG유플러스 판매정책 통지문에 따르면 LG전자 최신폰인 Gx에 최고 100만원의 보조금이 실렸다.
GX는 출시된지 한달도 안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으로 광대역 LTE를 지원하는 첫 모델이다.
해당 정책은 15일 오후 1시부터 한시적으로 운용됐다.
LG유플러스는 대리점에 내려보낸 판매정책 통지문을 통해 Gx 모델(출고가는 89만9,800원) 하한가를 66만9,800원으로 책정해 방통위 단속을 피하도록 유도했다.
23만원만 보조금으로 주는 것으로 전산처리하고 나머지 77만원은 대리점이 다 가져가든 편법으로 고객에게 주든 재량에 맡기겠다는 얘기다.
차익 대부분은 대리점 차원의 고객확보 전략상 '페이백'(개통 후 일정시기를 사용하면 고객 통장에 수십만원을 넣어줌)이나 '요금선납'(요금 몇개월치를 대납하면서 보조금을 주는 효과) 방식의 편법 보조금으로 사용된다.
(1월14일자 '방통위 제재에도 전산에 남지 않는 불법보조금 '활개'' 참조)
LG유플러스는 Gx 말고도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G2에도 100만원의 보조금을 실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최신 스마트폰에 100만원의 보조금이 실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한 통신사가 보조금을 올리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제조사 보조금이 시장과열 촉매 역할
최신 전략폰에 100만원이라는 보조금이 실리는 것은 그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통신사 보조금뿐 아니라 제조사 판매장려금도 투입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LG전자가 전략 단말기에 대한 판매장려금을 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에 대폭 실어 제조시장과 통신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조금 경쟁은 특이하게 통신사가 아닌 제조사들이 촉매제 역할을 한 부분이 크다"며 "브랜드 경쟁력이 조금 떨어지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LG유플러스가 더 많은 보조금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사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으로 이어져 불법보조금 시장 과열을 키우는 예비신호는 최근 여러곳에서 감지됐다.
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14일 저녁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4 LTE와 노트3 등에 대규모 판매장려금을 실었다.
특히 빠른 시간안에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SK텔레콤과 KT 두 통신사에 최대 90만원(통신사 지원금 포함)의 장려금을 집중했다.
제조사 판매장려금이 시장과열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 답답한 방통위…단말기유통법은 국회 계류중
방통위는 통신사 자체 보조금은 물론 제조사 판매장려금까지 총액이 27만원이 넘으면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보조금 제재 직후에도 제조사와 통신사가 결합해 1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조금을 뿌리면서 방통위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조사 장려금으로 불법보조금 시장이 과열돼도 현재로서는 통신사만 처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방통위가 불법보조금과 관련해 이통 3사에 내린 과징금은 전체 예상순이익의 7% 이상에 해당하는 1,786억7,000만원이지만 불법 보조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방통위도 통신사 보조금과 제조사 판매장려금 유통 구조를 잘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제조사의 장려금을 규제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
제조사 장려금 규모와 지급시기, 단말기 유통량 등을 명확히 알아야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들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의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통과돼야 제조사의 장려금 규모를 관리할 수 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