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 대교구는 이날 교구 내 사제들에 의해 자행된 성폭력 범죄 등에 관한 총 6천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공개하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에 치유를 불러올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시카고 대교구는 신도 수가 약 230만 명에 달하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가톨릭 교구이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시카고 교구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탄원서와 법정 소송 문건을 포함한 문서들로 사제 30명의 신원이 포함돼 있다.
시카고 대교구 측 변호인 존 오말리는 이번 자료가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할 수 있다며 "가슴 아파서 읽어 내려가기가 힘든 내용"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부 자료로 보관되어온 문서는 이날 오전 피해자 측 공동변호인단에 전달됐으며 피해자 정보가 제대로 삭제됐는지를 검토한 후 곧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시카고 대교구장인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은 대독 편지를 통해 "이 죄와 악행에 희생된 모든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전한다"면서 "피해자들이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을 갖고 살 수 있도록 교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돕겠다. 피해자 지원 차원에서 금전적 보상도 하겠다"고 밝혔다.
오말리 변호사는 공개 자료에 대해 "약 95%가 1988년 이전 발생한 사건이고 경찰에 보고된 내용"이라면서 "2006년 아동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성직을 박탈당한 세인트 아가사 성당의 대니얼 맥코맥 전 신부 관련 자료는 곧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 법원이 공개를 허용하지 않아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성폭력 피해자들은 법정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9년동안 가톨릭 교회 측에 사제 신상 공개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것"이라며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일련의 사건을 통해 무언가 배우기를 기대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톨릭 교회가 국제적인 문제가 된 사제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느라 피해자들의 오랜 상처를 다시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제의 성폭력 범죄 행위는 오랫동안 '은밀한 비밀'로 감춰져 있다가 주요 언론이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가톨릭 교계에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한달 만인 작년 4월 "사제들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가톨릭 교회 차원에서 단호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작년 8월 LA 대교구가 사제 성폭력 사건을 담은 교회 내부 문건을 공개했고 11월에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미니애폴리스 대교구가 성적 비행을 저지른 사제 명단을 공개하는 등 교계 내 자정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