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검찰 내부비리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감찰조사에서 수사로 전환하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검찰은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 등에서 사건 처리를 미적대거나 봐주기 수사를 하다가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면 '특임검사'를 임명해서 재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먼저 검사의 범죄 혐의를 포착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에이미 해결사 검사'에 대해 검찰은 왜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춘천지검 전 모 검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15일 밤 춘천지검 전모 검사에 대해 공갈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검사에 대해 공갈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 검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자신이 구속기소됐던 방송인 에이미씨가 지난해 초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자, 수술을 한 성형외과 병원장 최 모 씨를 만나 재수술과 함께 치료비 환불 등의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감찰본부의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처음에는 감찰조사를 벌이다 전 검사의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해 수사로 전환했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5일 자진출석한 전 검사를 체포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전 검사의 구속여부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 그런 혐의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검사가 의사에게 보낸 문자에는 병원을 압수수색하겠다는 등의 놀랄만한 내용의 협박성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의 내용을 봤다는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사로서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A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범죄 혐의가 무겁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사안인데 하물며 현직 검사가 그렇게 했다는 것에 대해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감찰에서 수사로 전환하고 이례적으로 공갈 혐의까지 적용한 것은 그만큼 전 검사의 죄가 무겁다는 얘기다.
전 검사는 또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병원장 최씨에게 수사기관의 사건 진행과정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전 모 검사의 공갈 혐의가 어떻게 알려지게 된 것이냐?
= 지난 13일 언론에 보도된 사건인데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인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해 잠들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성형외과 원장 최 모(43)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성형외과에서 김 모 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해 잠들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김씨의 고소로 최 원장을 수사하던 중 최 원장의 휴대전화 문자에 전 모 검사가 보낸 협박성 문자가 발견 됐고 이를 수사지휘를 하던 검사가 대검 감찰본부에 통보하면서 감찰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나왔고 검찰이 신속하게 감찰에 착수해 확인한 결과 범죄 혐의가 무거워 수사로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그렇다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감찰에 착수했고 곧바로 수사로 전환하는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거냐? 라고 검찰 내부 여러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대체적으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전 검사의 혐의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현직 검사가 자신이 구속기소했던 연예인의 해결사로 나서서 병원장에게 전화와 문자로 협박을 일삼고 병원으로 찾아가서 수술비를 받아내는 과정이 검사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부비리든 아니면 다른 비리든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검사든 누구든 비리혐의가 적발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법 앞에 성역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는 검찰 내부의 기강확립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이후 내부 기강확립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터졌으니 검찰로서는 당연히 신속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있는 그대로 밝혀서 원칙대로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내부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를 했다.
검찰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사건임에 틀림없지만 이런 사건일수록 신속하고 엄중한 처리가 원칙이라는 그런 입장이라는 얘기다.
▶ 그런데 전 검사와 에이미는 무슨 관계 이길래. 검사가 의사에게 공갈까지 한 것이냐?= 그게 알아볼수록 수수께끼 같고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전 검사와 연예인 에이미씨가 알게 된 건 검사와 피의자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에이미씨가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로 강원지방경찰청에 붙잡혀 구속됐고 전 검사가
에이미씨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 받아 구속기소했다. 에이미씨는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됐고 사회봉사명령까지 이행을 했다.
그런데 에이미가 석방된 뒤 지난해 초 전 검사에게 연락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부작용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에이미의 요청을 받은 전 검사는 춘천에서 직접 서울에 있는 성형외과를 찾아가 최 모 원장에게 에이미에 대한 재수술과 치료비 환불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검사의 요구와 협박(?)을 받은 최 원장은 결국 에이미에게 700만원 상당의 재수술을 무료로 시술하고 기존 수술비와 부작용에 따른 추가 치료비 등을 포함해 1500만원을 변상했다. 최 원장은 변상금을 에이미가 아닌 전 검사에게 송금했고 전 검사는 변상 금액 등을 에이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대체 현직 검사와 에이미가 무슨 관계 이길래 이 정도까지 도움을 줬을까? 검찰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 "전 검사가 총각이고 에이미가 처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자신이 구속기소한 피의자에게 동정심으로 도움을 줬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는 연인관계로 발전한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복수의 검찰관계자에게서 확인한 얘긴데 전 검사가 에이미에게 억대에 가까운 돈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둘이 무슨 관계 이길래 억대의 돈을 건넸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전 검사와 에이미 사이에 금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대로 전 검사가 성형외과 원장 최씨에게서 받은 1,500만원을 건넸다는 것과 여기에 5백만원을 보태 2천여만원을 줬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찰수사과정에서 전 검사가 병원 원장에게서 받은 돈 외에도 억대에 가까운
돈을 추가로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전 검사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검찰은 전 검사가 왜 억대의 금품을 건넸는지 돈의 명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예계나 검찰주변에서는 전 검사가 에이미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전 검사는 빌려준 돈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검사와 에이미가 '검사와 피의자' 관계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후에는 아주 특별한 관계로 발전했다는 얘기다.
▶ 참 믿기 어려운 얘긴데..., 검찰내부의 비리 언제까지 계속될까?
= 춘천지검 전 모 검사 사건은 지난 2012년 11월에 터진 서울동부지검에서 실무수습 중이던 전 모 검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전 모 검사는 수사 중이던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에서 은밀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최악의 사건은 특수통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가 사건 청탁과 함께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건이다. 범죄 수사를 해야 할 검사가 사건과 관련해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은 검찰을 패닉에 빠지게 했다. 김 검사는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5월에는 전주지검 안모 검사의 사무실 서랍에서 돈다발이 발견돼 감찰이 진행됐다. 안 검사는 지인의 부탁으로 피고소인 사건을 무단 조회하고 여러 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강모 검사는 2010년 11월 한 달 동안 사건 관계인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 안 검사와 강 검사는 모두 지난해 6월 면직됐다.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성상납 의혹 등등 검사들의 비리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사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선비의 모습'을 보이자고 강조를 했다. "공직자로서의 명예와 자존을 지키는 '당당한 검찰'로 거듭납시다. 먼저 검찰공무원다운 도덕성과 기강을 보여줍시다. 힘들고 고달픈 사정은 우리 서로가 이해하고 격려하되 밖으로는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고 공사생활의 모든 면에서 명예와 자존을 지켜나갑시다"라면서 "혹여 국가와 국민에게 누를 끼친다면 법 이전에 스스로 국민에게 책임지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줍시다"(취임사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