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도 평양에는 '류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설이 유난히 많다. 사람이나 회사 이름에도 류경이 많이 들어간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인터넷판은 15일 '류경이란 이름을 사랑하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에서 류경이라는 말이 즐겨 쓰이는 배경을 설명했다.
류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뜻으로, 평양의 오랜 별칭이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류경이란 이름을 내세워 평양을 자랑하고 치켜세우는 셈이다.
특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3대는 모두 류경이란 이름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작년 9월 김정은 시대 건축물로 선전되는 평양 구강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하면서 병원 이름을 직접 '류경구강병원'이라고 지었다.
김 주석은 6·25전쟁 이후 복구사업을 지도할 때 류경이란 별칭에 걸맞게 평양에 버드나무를 많이 심도록 지시했다.
그는 각별히 신임했던 항일빨치산 출신 부하의 이름도 류경을 붙여 바꾸도록 했다.
6·25전쟁 당시 인민군 105 탱크여단을 이끌고 가장 먼저 서울에 입성한 류경수는 원래 이름이 셋째 자식이라는 뜻의 '류삼손'이었는데 김 주석이 '류경'에 '지킬 수(守)' 자를 붙여 '평양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의 류경수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다.
류경수는 작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주석단의 김경희 노동당 비서 자리에 대신 앉아 주목받았던 황순희의 남편이기도 하다.
류경이라는 이름은 김정일 시대에도 사랑을 받았다.
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현대아산의 투자로 2003년 평양에 지어진 체육관 이름을 '류경정주영체육관'으로 붙인 데서 잘 드러난다.
김정일 시대에는 행정구역 명칭에 '거리'가 붙여지면서 평양 서쪽 외곽의 서성구역에 '버드나무거리'도 생겼다.
이런 사연들을 소개한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들이 류경이란 말을 접할 때마다 김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상기한다며 "아마도 여기에 조선 사람들이 류경이라는 이름을 남달리 사랑하는 까닭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