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에 '엄정' 사법처리 강조했지만 '글쎄'

김명환 "정당하고 합법적인 투쟁임을 법정에서 증명하겠다" 자신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13명의 지도부가 자진출석 의사를 밝힌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던 철도노조원들을 경찰들이 끌어내고 있다. 윤성호기자
철도노조 ‘마지막 수배자들’이 경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체포하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 사이의 끝날 것 같지 않던 대치가 거의 한 달 만에 마무리됐다.

잇단 구속영장 기각으로 체면을 구긴 경찰은 엄정한 사법처리 방침을 강조했지만 구속영장 발부는 물론, 나아가 사법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경찰은 일단 김명환 위원장 등 13명의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 방침을 천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위원장 등은 노조 내 지위와 이번 파업에서의 역할이 크고 도피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 등 핵심 지도부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지난달 16일. 경찰은 민주노총 강제 진입이라는 초강수를 두고도 한 달 가까이 이들을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은 다만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 대해서는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경찰은 파업 철회 이후 자진 출석한 16명의 중간 간부 중에서 8명을 골라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만약 경찰이 이번에 체포된 지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려면 48시간의 체포시한이 끝나는 16일 오후까지는 검찰에 서류를 보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 지난 철도파업 상황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김명환 위원장과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최은철 사무처장 등 핵심 지도부 3명에게는 구속영장이 신청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철도파업 때에도 간부 16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김기태 당시 위원장 등 2명이 구속됐다.

물론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대법원에서 2011년 3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모두 업무방해죄로 보던 기존 판례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 판례 변경 이후 각급 법원은 잇따라 2009년 철도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된 김기태 전 위원장에 대한 상고심도 3년째 판결이 미뤄지면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번 철도파업에서 법원이 자진 출석한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도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엄격한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장 김명환 위원장은 13일 경찰 출석에 앞서 “철도파업은 너무나 정당하고 합법적인 투쟁이었다. 법정에 서서 이를 당당하게 증명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은 “정부정책을 대상으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며 불법파업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각오이다.

노조 지도부의 신병을 둘러싼 경찰과의 1라운드가 사실상 철도노조의 ‘판정승’으로 끝난 가운데 파업의 ‘불법성’ 여부를 결정지을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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