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 전 총리는 14일 도쿄 도내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와 회동한 뒤 기자들 앞에서 "도쿄도 지사 선거에 입후보하기로 결단했다"고 말했다.
원전에 반대해온 호소카와는 "일본의 여러 문제, 특히 원전 문제는 국가의 존망과 관련이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원전 문제는 지사로서 매우 다룰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와 나란히 기자들 앞에 선 고이즈미 전 총리는 "원전 문제에 공감이 이뤄졌다"고 소개한 뒤 "연설회 등 다양한 회합에 나가서 (호소카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고이즈미는 또 "원전은 도쿄의 도정(都政)과 관계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라며 "도쿄가 원전을 없애고도 해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보이면 반드시 국가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는 이어 "이번 도지사 선거는 '원전 제로로도 일본은 발전할 수 있다'는 그룹과 '원전이 없으면 일본은 발전할 수 없다'는 그룹 간의 싸움"이라고 규정한 뒤 "호소카와 씨가 당선되면 에너지, 원전 문제 등에서 국정을 흔들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도지사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나는 원전없이도 일본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 위에 서 있다"고 소개했지만 자신의 호소카와 지지가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9일 치러질 도쿄 도지사 보궐선거는 호소카와 전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지지를 확보한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전 후생노동상의 2파전으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마스조에 전 후생노동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호소카와의 출마에 대해 "누가 출마하더라도 대환영"이라고 밝힌 뒤 "나도 탈원전을 계속 언급해왔다"며 "하루빨리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격), 한국 혐오(혐한) 시위 등에 반대해온 진보성향의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 변호사연합회장 등이 출마 의사를 표명하거나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호소카와와 우쓰노미야 후보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자민당 출신 전직 총리로, 여전히 일본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에 대한 반대를 행동에 옮김에 따라 선거 결과는 아베 정권의 원전 정책 등 국정 운영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비상이 걸린 아베 내각은 '호소카와 깎아내리기'를 시도하며 탈 원전이 선거쟁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호소카와 전 총리의 사임으로 연결된 불법자금 수수의혹을 거론하며 "(호소카와가) 돈 문제로 총리직에서 사임했다"며 "그것을 도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어 호소카와가 기치로 내건 '탈 원전'에 대해 "국가 전체에서 결정할 이야기로, 도쿄가 결정할 정책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 기자 출신인 호소카와 전 총리는 자민당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했다가 1992년 정치개혁을 내걸고 일본신당을 결성, 이듬해 8월 출범한 비(非)자민 연립정권의 첫 총리를 지냈다.
그는 일본 정계 최대의 불법자금 스캔들 가운데 하나인 리크루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 등으로 1994년 4월 사임한 뒤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했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탈 원전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전 지사가 불법자금 수수의혹으로 지난달 자진 사퇴함에 따라 치러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