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새 헌법 국민투표 개시, 군경 삼엄한 경비

무르시 정권 축출 후 첫 투표…엘시시 국방장관 지지 확인 가늠자될 듯

이집트 새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14일(현지시간) 군인과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전국에서 시작됐다.

이집트 국영TV는 이날 오전 9시 정각 개헌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투표소마다 유권자들이 수십 m 이상의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지난해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사태 이후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첫 이정표 역할을 할 이번 투표는 이틀간 전체 유권자 5천270만명을 대상으로 전국 3만317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이집트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는 투표 기간 전국 곳곳의 투표소 주변에 군과 병력 약 20만명을 배치했다. 투표소 주변 상공에는 처음으로 헬기를 띄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집트 정부는 "투표 행위를 방해하는 여하한 행위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투표가 개시되기 약 2시간 전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의 임바바에서 폭발물이 터지기도 했지만,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집트 분석가들은 투표율을 예측할 수 없어도 새 헌법이 국민투표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표하러 나온 카이로 시민 옴 사미는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며 "새 헌법에 찬성표를 던지면 이 나라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또 이집트 현 최고 실세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은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 올해 치러질 대선 출마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이번 투표가 엘시시의 대중 인기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새 헌법 초안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지속 중이다.

헌법 초안은 군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이슬람 색채를 약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시민단체, 이슬람 세력의 강한 반발을 샀다.

특히 새 헌법에는 군사시설이나 군인을 향해 폭력행위를 행사한 경우 민간인도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시위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군 예산에 대한 민간의 감시도 사실상 받지 않게 된다.

새 헌법이 통과되면 이집트 과도정부는 올해 중순 이전에 총선과 대선을 각각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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