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수가 사진기자들을 향해 당당하게 외쳤다. 15일 서울 자양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관능의 법칙' 제작보고회의 포토타임을 위해 무대에 오른 때였다.
이날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40대 대표 여배우 조민수 엄정화 문소리는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도 내내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연출을 맡은 권칠인 감독이 여러 차례 "40대 여배우들은 연기도 잘하고 외모는 물론 사람으로서도 예쁘다"고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제작보고회에서 조민수는 "제 속에는 여러 인격이 있는데, 이것들을 연기에 다 써먹고 싶지만 대한민국 여배우로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 없어 커다란 갈증을 느낀다"며 "한국 영화 시장에서 여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잘 돼 여배우들을 위한 시나리오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엄정화는 "나도 칼 던지는 조폭 연기를 해 보고 싶다. 합을 맞추는 액션 연기를 한 적이 없는데, 유연하고 각도 나와서 잘할 수 있다"고, 문소리는 "조민수 선배가 남자 배우는 건달만 해도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데, 여배우가 맡는 술집여자는 그냥 술집여자, 엄마는 모성애 강한 엄마처럼 전형적이어서 안타깝다는 말을 촬영하면서 종종했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관능의 법칙은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4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섹스에 대한 현실과 판타지를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40대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로는 연하 남자와 달콤한 로맨스를 즐기는 케이블채널 예능국 PD인 골드미스 신혜(엄정화), 아들을 유학 보내고 제2의 신혼을 즐기는 도발적인 주부 미연(문소리), 딸을 시집 보내고 남자친구와 로맨스를 즐길 기대에 부푼 싱글맘이자 베이커리 카페 주인인 해영(조민수)이 등장한다.
실제 40대 여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자기 나이대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실제 삶과도 맞닿아 있다는 데 이 영화의 남다른 매력이 있다.
10여 년 전 권칠인 감독의 전작 '싱글즈'(2003)에서 30대 여성을 연기했던 엄정화는 "싱글즈에 이어 이번에도 실제 나이를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감회가 새로웠고, 다음에 50대가 돼도 권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다"며 "결혼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저 역시 마음이 통하면 열 살 연하까지는 괜찮을 듯하고, 아직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사는 달콤한 연애를 꿈꾼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제가 맡은 미연은 굉장히 주도적이면서 헌신적인 아내인데 반해 실제 저는 일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해서 그렇지 못하다"며 "아이 낳고 뒤치다꺼리 하던 중 어느날 거울을 보고는 신경쓰지 못한 제 모습에 슬플 때가 있었는데, '60, 70대 돼서 돌이켜보면 아이 낳았을 때 여자가 제일 예뻤던 걸 알게 될 것'이라는 친구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는 하루하루 의미있게 살려 애쓴다"고 했다.
조민수는 "평소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극중 혜영 역은 니가 아니야'라고들 하지만, 저 스스로는 비슷한 면도 여럿 있는 것 같다"며 "어떤 분들은 제가 영화 '피에타'(2012)로 로또 맞았다고 하시는데, 배우로서 외부의 반응은 절정이라 할 수 있어도 인생 100세까지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흥미로운 삶을 잘 짚어내기로 이름난 권칠인 감독은 "시나리오 읽으면서 제가 잘하는 이야기인데다 40대 여배우 셋과 함께한다는 것이 반가웠고, 캐스팅 1순위의 배우들이 참여하게 돼 재밌고 편했다"며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각자의 진심이 캐릭터에 묻어남으로써 솔직한 영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인식이 바뀌는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감독은 "40대 여자 셋의 이야기가 아직도 특별해 보일 텐데 앞으로는 일상이 됐으면 하고, 힘센 수컷들의 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영화 시장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며 "관능의 법칙은 표준근로계약(최저임금 이상 급여·추가근로수당 지급, 4대 보험 보장)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흥행도 잘 돼 한국 영화 제작 환경이 더욱 좋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