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냉전 이후 처음으로 美 언론인 추방

러시아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언론인을 자국에서 추방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소재 '라디오프리유럽/라디오리버티'(RFE/RL)의 고문인 미국인 데이비드 새터(66)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갱신하던 중 더는 러시아에 입국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대사관 측은 새터가 오자 "연방보안국(FSB)이 당신이 러시아 영토에 머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당신을 러시아에서 추방한다"는 내용의 준비된 결정문을 읽고 그의 비자갱신을 거부했다.

새터 이전 마지막으로 러시아에서 추방된 미국 언론인은 1982년 뉴스위크의 지국장 안드레이 나고르스키로 알려졌다. 새터의 추방은 냉전 이후 30년여 년 만의 첫 사례인 셈이다.

이같은 식의 추방 통보는 주로 스파이 사건에 쓰인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그의 추방 직후 주 러시아 미국 대사관은 러시아 당국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러시아는 답하지 않았다.

새터는 1976∼1982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낸 저명 언론인이다. 이후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일했다. 러시아를 떠났던 그는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RFE/RL에 둥지를 틀며 지난해 9월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그는 2003년 저서에서 1999년 일어난 체첸 반군의 라잔 아파트 폭파사건이 FSB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FSB가 자신을 추방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새터는 말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새터의 추방은 여전히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 달 7일로 다가온 소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틴은 최근 자신의 정적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회장을 사면했다. 또 그를 비판한 죄목으로 복역하던 여성 펑크 록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를 석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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