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6시3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구산동의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이 곳에는 박모(72)씨와 박씨의 장모 김모(97) 씨, 아내 정모(65) 씨, 큰 아들(40), 작은 아들(37), 30대 초반의 네팔인 여직원 등 모두 6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불은 네팔인 여직원이 처음 발견했다. 여직원의 비명에 잠을 깬 박씨는 두 아들에게 119에 신고를 하고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구하라고 외친 뒤 불길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날 영하 13.8도의 강추위로 수도관이 얼어붙었고, 샌드위치패널과 비닐로 불은 순식간에 거세게 번졌다.
박 씨와 여직원은 창문 등을 통해 겨우 탈출했다.
그러나 고령과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구하려던 두 아들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박 씨는 30년 가까이 고양에서 선인장을 재배했다. 선인장연구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선인장의 대가'로 통했다.
그는 최근 이 곳으로 옮겨 비닐하우스 10개 동을 지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꿈은 한 순간에 화마로 인해 날아갔다.
불은 비닐하우스 2채 495㎡와 인근 창고 1동 90㎡를 태워 소방서 추산 8천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뒤 약 2시간 만인 오전 8시17분쯤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배전판 과열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