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앓고 난 사람이 보여주는 사람다움이다.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은 치장과 변장, 위장과 포장, 분장과 화장으로 꾸며낸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그 사람의 면모나 품격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요소다. 그런데 스토리는 책상에 앉아 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술술 나오는 게 아니다. 스토리는 몸이 만드는 체험적인 기록이다. 설사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굴려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감동적인 스토리는 파란만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절치부심切齒腐心하다가 마침내 온몸으로 일궈낸 역전의 기적이라서다.
그래서 스토리는 생각지도 못한 도전과 체험에서 만들어질 때 더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단번에 성공한 도전보다는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다 마침내 성취한 위업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그런 스토리라야 사람들에게 감동을 넘어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색다른 도전을 즐기면서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담긴 스토리를 축적하다 보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스타일이 창조된다. 본인만의 스타일을 갖게 되면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고의 스케일이 넓어진다. 이를 통해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마침내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되며 세상을 이전보다 여유롭고 따뜻한 눈으로 굽어볼 수 있다.
스토리 담아야 '명품'
본인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이 결국 독창적인 스타일로 세상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셈이다. 기업도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시대가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에 담긴 스토리를 세일해야 고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 그런 마케팅과 제품이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세일즈맨만 뭔가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뭔가를 판다"고 말했다. 다만 파는 것의 종류와 유형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뭔가를 누군가에게 팔고 구입하면서 살아간다.
고객에게 감동을 준 '히트(hit)' 상품은 의미심장한 '위트(wit)'를 담고 있거나, 감동적인 '스토리(story)'로 고객의 '하트(heart)'를 공략한 작품이다. 단순히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삶에 색다른 가치를 제공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예술품인 것이다.
상품에는 상술이 담겨 있지만 작품에는 작가의 철학ㆍ열정ㆍ혼이 있다. 일례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사연, 배경, 스토리가 내재돼 고객의 아픔과 그 언저리에 눌러앉은 사연을 보듬을 수 있는 것이다. 그저 사고팔기 위해 만든 제품은 소모품에 불과하다. 소모품을 애지중지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칫솔이나 치약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스마트폰이나 지갑을 귀중하게 다룬다. 그런 상품은 소모품이 아니라 명품 대접을 받는다. 여기서 명품은 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품을 개발한 사람의 영혼과 철학이 담긴 하나의 작품이다.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스토리를 담아라. 감동을 느낀 소비자가 상품과의 일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