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3월3일 조건부 총파업 결의, 정부 협상여지 남겨 (종합)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2014년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에 오는 3월3일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의사협회는 11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대표자 회의를 열고 총파업을 결의했으며, 구체적인 돌입 시기를 결정했다.

의사협회는 결의문에서 "정부가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 전문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강행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관치의료의 전형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진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게 엄중한 경고를 전달하기 위해 기한을 두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협회측은 "의사 총파업 시작일은 3월3일로 결정됐다"며 "단, 정부의 입장변화에 따라 유보될 수 있고 이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에서 결정한다"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의사협회가 총파업 돌입 시기를 약 두 달 뒤로 느슨하게 잡은 것은 정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파업 결의로 정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원격의료, 영리 자회사 허용 등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여론몰이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단, 총파업이 결의된 만큼 전체 의사협회 회원들을 상대로 모바일 투표 등을 통해 찬반 여부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이 제안한 민관협의체는 일단 불참하기로 했다. 의사협회는 조만간 의료계의 요구가 반영된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정부측에 역제안할 예정이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일방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법 개정안과 투자활성화 대책 등 영리병원 추진 반대 잘못된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의료제도바로세우기 파업 출정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의사 대표 4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비판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왜곡된 의료계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료급여 정신과 환자들이 응급실에 올 경우 전공의가 하는 일은 그 환자에게 어떻게든 거짓말을 해서 입원이 필요없다고 돌려보내는 일이라는 편지를 받았다"며 "다른 병원도 다 똑같아 매일 양심과 싸워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힘들어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산모가 아이를 낳고 혼자 병원에 있다가 호흡마비가 왔지만, 30분 뒤에야 발견돼 결국 식물인간이 된 의료사고도 있다"며 "결국 이런 의료환경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관료가 보건의료 전문가의 목소리 무시하고, 잘못된 의료정책 펼칠 수 있지만, 저희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며 "의사들이 건강의 전문가로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제대로 된 의료정책을 영구히 펼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의협이 파업 수위를 논의하기 시작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업과 진료거부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강경 대처를 예고한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조건부로 결의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지 주목된다.

우선 의사협회가 정부측에 역제안하기로 한 민관 협의체 구성을 두고 양측간 기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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