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협회의 현명한 판단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만약 불법파업과 진료거부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해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할 계획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전국 대표자들이 모인 가운데 출정식을 열고 구체적인 파업 수위를 논의를 시작하자 정부가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 장관은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하는 파업․진료거부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고 국민들의 동의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고 파업 철회를 압박했다.
문 장관은 파업을 철회하는 대신 정부가 제안한 의정 협의체에서 참여해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문 장관은 "원격의료나 투자활성화 방안 등 관련 이슈와 건강보험 수가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개방된 자세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대화의 노력에 동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가 전격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본방침을 바꾸거나 연기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정부의 방침대로 추진해나가겠지만 시간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의료계와 협의하면서 충분히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해 원칙적으로는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문 장관은 "의료계의 지성과 윤리의식이 사태를 방지해줄 것이라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이나 파업을 강행한다면 정부 쪽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행위라면 거기에 대한 대응할 것이다"고 재차 경고했다.
정부는 의사협회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처벌 및 형사처벌을 할 예정이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복지부 장관이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게 되면 행정처분하도록 돼 있다"며 "개시명령을 반복해서 따르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사협회가 파업 수위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이처럼 사전 압박에 나선 것은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대면진료 대신 휴대전화와 IT 장치로 진료를 보는 원격의료를 정부가 갑작스럽게 도입한 것이 의료계 반발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12월에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만들어 각종 영리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하는 4차 투자활성화방안이 발표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규제 완화를 거듭 강조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 차는 더욱 벌어졌다.
의료계는 이같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들이 의료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영리화를 가속시키는 동시에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급기야 노환규 의협회장이 결의대회에서 자해를 시도하는 등 의료계의 반발은 거세졌지만 정부는 정책 홍보에만 치중하면서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제안한 의정 협의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이날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또한, 원격의료 및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등 각각의 사안에 대해 분과별로 토의하고 파업 여부와 방식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총파업, 즉 진료거부가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의사협회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모바일 투표 등을 통해서 찬반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파업 준비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 진료거부가 이뤄지는 것은 구정이 지나서야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규모 진료거부를 하지 않는 대신 의사협회가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면서 협상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의사협회는 새벽까지 회의를 이어간 뒤 12일 오전 11시쯤 기자브리핑을 통해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