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 게이트' 美 공화 잠룡 "신뢰의 위기" 증폭(종합)

"수습 시도에도 여파 지속…개입 드러나면 재기 불능"

미국 공화당의 차기 대선 잠재 주자인 크리스 크리스티(51) 뉴저지 주지사가 '브리지 게이트'로 불신의 수렁에 빠졌다.

핵심 참모인 브리짓 앤 켈리가 크리스티의 주지사 재선을 지지하지 않은 민주당 소속 시장을 골탕먹이려고 지난해 9월 뉴욕시와 뉴저지주 포트 리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다리에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게 게이트의 골자다.

당장 크리스티는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 긋고 주지사 재선을 이끈 최측근 빌 스테피언을 해임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그의 정치생명에 드리운 먹구름은 쉽게 걷힐 것 같지 않다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이 순간 주지사는 신뢰도 제로"라고까지 썼다. 그의 캠프는 권한을 남용했고, 오직 전면적이고 결정적인 조사만이 뉴저지 주정부의 공공 신뢰를 회복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사설은 덧붙였다.

크리스티가 회견에서 자신의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켈리를 해임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포트 리의 마크 소콜리치 시장을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그다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자신을 "희생자인 양 연출하지 않았다면 그의 사과가 더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도 기자회견에도 그가 "아직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특히 "108분간 회견에서 크리스티는 불법적 계획을 전혀 몰랐다"고만 되풀이했다고 상기시키고, 크리스티 측은 숱한 의문에 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과연 켈리 급 정도의 측근이 그런 보복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 작년 12월 그만둔 두 참모가 이 계략에 연루된 것을 크리스티가 몰랐는지, 교통체증 유발 계책을 담은 공개 이메일이 왜 많이 수정됐는지를 의문점으로 요약했다.

대권 예비주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건드리는 듯한 논조도 추가했다.

이 신문은 지난 4년간 크리스티는 매우 꼼꼼한 행정을 한다는 명성을 얻었고 하향식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런 그가 고위 참모진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과연 전체 연방정부를 이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도 물었다.

또 과거 그를 지지하지 않는 교수의 프로젝트 재정 지원이 중단되고, 그와 의견을 달리한 공화당 동료가 지역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전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신문은 따졌다.

이에 따라 크리스티의 정치생명은 미국 법무부가 공권력 남용 여부를 두고 벌이는 수사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뉴저지 연방검찰은 연방수사국(FBI) 공직부패 전담반의 도움으로 연방법 위반 소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티 주지사의 개입 증거가 드러날 경우 그는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언론들은 전망했다.

CSM은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과 배치되는 새로운 내용이 하나라도 나오면 만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추가 폭로나 교통체증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태가 길게는 몇 달을 끌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크리스티 주지사가 이미 무시 못할 부상을 입긴 했지만, 아예 회생 불능에 빠진 것은 아니라며 '희망'을 말하는 이들도 많은 편이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그가 문제를 일으킨 자들에게 단호히 대응하고, 이번 사태의 직접적 책임을 피해간다면 도로의 '울퉁불퉁한 부분'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이날 크리스티 주지사가 여전히 당의 유력 대권 주자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크리스티 주지사가 더러는 공화당으로부터 욕을 먹으면서까지도 중도적 정책을 펼쳐 민심을 얻었다고 지적하며 조사결과 의문해소가 만족스럽다면 "중도우파의 깃발을 들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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